국립대구과학관(관장 이난희)는 국제 공동 연구를 통해 약 1억 년 전 백악기 한반도에 살았던 익룡이 지상에서 소형 동물을 사냥한 흔적을 발견해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츠(Scientific Reports)'에 보고했다고 17일 밝혔다.
발견된 익룡 발자국과 소형 동물 흔적 화석은 경남 진주의 백악기 전기(약 1억 600만 년 전) 지층인 '진주층'을 조사하던 진주교육대학교 김경수 교수에 의해 발굴됐다.

특히 익룡 발자국은 기존에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형태의 생물 흔적으로 확인돼 '진주이크누스 프로케루스(Jinjuichnus procerus)'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학명은 그리스어와 라틴어로 “진주에서 발견된 앞발이 길쭉한 익룡 발자국”이라는 뜻이다.
이 새로운 익룡의 뒷발자국에는 길게 발달한 발등뼈(중족골)의 형태가 나타나며, 앞발자국 역시 매우 긴 형태로 독특한 특징을 보인다. 연구진은 이러한 형태가 '네오아즈다르키아(Neoazhdarchia)' 계통의 익룡과 가장 유사하다고 밝혔다. 이들은 황새처럼 땅 위를 걸으며 먹이를 찾는 '지상 포식자'로 해석되어 온 종류다.
주목할 점은 익룡 발자국과 소형 척추동물(도롱뇽 추정)의 발자국이 같은 암석 표면에 나란히 남아 있다는 것이다. 이 소형 동물의 흔적 화석에서는 이동하던 중 갑자기 방향을 전환한 흔적이 확인되는데, 이는 포식자인 익룡을 피하기 위한 행동으로 추정된다.
연구진은 두 발자국이 우연히 겹쳐 보였을 가능성도 검토했으나, 소형 동물이 갑자기 방향을 바꾼 모습은 익룡을 피하려는 행동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익룡과 소형 동물의 발자국이 같은 시기에 만들어졌고, 이동 방향도 같다는 점에서 두 동물 사이에 쫓고 쫓기는 관계(포식과 피식)가 있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증거가 된다.

익룡의 이동 속도 역시 주목할 만하다. 발자국 간격을 바탕으로 계산한 결과, 이 익룡은 초당 약 0.8m의 속도로 이동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기존에 알려진 다른 익룡들의 보행 속도보다 빠른 수준으로, 익룡이 지상에서 예상보다 훨씬 능동적으로 움직였음을 보여준다.
그동안 네오아즈다르키아 익룡류가 육상에서 사냥했을 가능성은 꾸준히 제기되어 왔으나, 실제 사냥 정황이 화석 증거로 드러난 것은 이번이 세계 최초이다. 이번 발견은 익룡이 하늘의 지배자였을 뿐만 아니라, 지상 생태계에서도 중요한 포식자 역할을 했음을 증명하는 귀중한 자료로 평가된다.
화석의 발견지인 경남 진주는 공룡과 새, 익룡, 악어 등 다양한 척추동물 화석이 집중적으로 발견되는 지역으로, 특히 세계에서 익룡 발자국 밀집도가 가장 높은 화석산지로 알려져 있다. 연구진은 추가 분석을 통해 당시 한반도의 백악기 생태계에서 익룡의 역할과 행동을 더 구체적으로 밝힐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연구는 미국 텍사스대학교 정종윤 연구원, 진주교육대학교 김경수 교수, 국립대구과학관 최병도 선임연구원과 중국지질대학의 싱 리다(Xing Lida) 교수가 참여한 국제 공동 연구의 결실이다.
이난희 국립대구과학관 관장은 “국립대구과학관에서 꾸준히 지원해 온 연구가 세계적인 성과로 이어져 의미가 크다”며 “이번 연구 결과를 4월 21일부터 열리는 특별기획전 '타임슬립! 공룡시대 대탐험'에서 전시로 선보여, 최신 과학 연구의 결과가 대중에게 쉽고 재밌게 전달되는 과학 문화 확산의 가치를 실현하겠다”고 말했다.
대구=정재훈 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