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가 제주도에 오픈루프 결제 시스템을 구축한 뒤 외국인의 결제 편의성이 크게 제고된 것으로 나타났다. 단순한 결제 수단 확대를 넘어, 국내 교통결제 인프라 구조 변화 가능성까지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오픈루프는 글로벌 결제 표준(EMV)을 기반으로 한 개방형 교통결제 시스템으로, 외국인이 방한 시 국내에서 승차권이나 교통카드를 구입하지 않고 자국에서 쓰던 카드로 결제할 수 있는 방식이다. 이른바 '탭투라이드' 방식으로, 카드나 스마트폰을 단말기에 접촉해 요금을 결제하는 구조다.
비자는 지난해 8월 제주도와 결제시스템 고도화 협약을 맺고 시내버스에 오픈루프 방식을 도입했다. 제주도는 지하철 없이 버스 중심의 교통체계를 갖추고 있어 오픈루프 결제가 빠르게 자리 잡을 수 있었다는 평가다.
비자에 따르면 최근 6개월 간 제주 시내버스에서 오픈루프 탭투라이드 이용건수는 2만건을 넘어섰고, 이용자는 전 세계 90개국 이상에서 온 외국인으로 집계됐다. 월별 결제 건수 역시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관광 성수기뿐 아니라 비수기에도 이용이 이어지며 안정적인 수요를 형성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모바일 기반 교통 결제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실제로 오픈루프 탭투라이드 결제 중 약 30%가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를 통해 이뤄졌다. 이는 실물 카드 중심이던 기존 교통 결제 환경 대비 디지털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비자가 처리한 컨택리스 승차 결제 건수는 2024년 20억건 이상을 기록해 2022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런던, 싱가포르 등 주요 도시에서는 이미 오픈루프 기반 교통결제가 보편화돼 운영 효율성 개선 효과를 거두고 있다.
국내에서는 오픈루프 시스템 도입이 아직 초기 단계다. 서울시는 2030년, 부산시는 2028년을 목표로 오픈루프 도입을 추진하고 있지만, 기존 교통카드 사업자와의 이해관계, 정산 구조 개편, 단말기 교체 비용 등의 문제로 확산 속도는 더딘 상황이다.
다만 제주 사례를 계기로 변화가 시작된 것으로 분석된다. 향후 서울과 부산 등 주요 도시까지 오픈루프가 확대될 경우 한국의 교통결제 체계가 글로벌 표준으로 재편되고, 외국인의 교통 서비스 이용이 보다 편리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신영 기자 spicyzer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