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구닥다리 유턴기업 지원책 싹 바꾼다

상생 무역금융 간담회 및 수출공급망 업무협약식이 14일 서울 종로구 무역보험공사에서 열렸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김민수기자 mskim@etnews.com
상생 무역금융 간담회 및 수출공급망 업무협약식이 14일 서울 종로구 무역보험공사에서 열렸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김민수기자 mskim@etnews.com

정부가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자국 우선주의 확산에 대응해 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유턴)를 촉진하기 위한 정책의 전면 개편한다. 업종 전환이나 자동화 트렌드 등 급변하는 산업 현장 목소리를 반영해 유턴기업을 인정하는 문턱을 낮추는 한편, 지방 및 첨단 분야 투자에 대한 지원도 차등화한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27일 올해 '1호 유턴기업'으로 선정된 화장품 제조기업 한국콜마 세종 공장을 방문해 현장 간담회를 갖고 이 같은 내용의 유턴기업 지원 정책 개편안을 공유했다. 한국콜마는 해외 사업장을 청산하고 세종시에 1870억원 규모 투자를 결정했다.

우리나라는 2013년 '해외진출기업복귀법(유턴법)' 제정 이후 지금까지 159개 기업이 국내로 돌아와 약 7조원을 투자하고 8000개 일자리를 창출했다. 하지만 기존의 경직된 유턴 정책으로는 기업의 복귀를 유도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간담회에 참석한 성우하이텍, 심텍 등 8개 기업 대표들은 현행 유턴 제도의 한계를 강도 높게 지적했다.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는 '협소한 유턴 인정 범위'가 꼽혔다. 현행법상 해외와 국내에서 동일하거나 유사한 제품을 생산해야만 유턴으로 인정받을 수 있어, 자동차 부품 생산에서 에너지저장장치(ESS) 부품으로 업종을 전환하거나 제조에서 연구개발(R&D)로 투자 성격을 바꾸는 경우 사각지대에 놓이게 된다. 또 제조 현장의 인공지능(AI) 기반 자동화 추세(M.AX)가 가속화되고 있음에도, 획일적인 고용 창출 기준을 요구하는 점도 기업들의 유턴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지적됐다.

산업부는 이런 현장 목소리를 수용, 전면적인 제도 개편을 추진키로 했다. 주요 개선 방향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이종 업종으로의 전환이나 R&D 투자 등도 포함될 수 있도록 유턴 인정 범위를 현실에 맞게 대폭 확대한다. 둘째, 공정 자동화 추세에 맞춰 고용 기준 등 보조금 지원 요건을 합리적으로 완화한다. 셋째, 지방 대규모 투자나 첨단 전략 분야 등 정책적 우선순위에 따라 보조금 지원 체계를 다변화하고, 프로젝트별 전담 매니저(PM)를 지정해 밀착 지원한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이제 국가 경쟁력은 얼마나 안정적인 핵심 공급망을 국내에 확보하느냐에 달려있다”며 “정부는 기업의 국내 복귀와 지방 투자가 가장 매력적인 선택이 될 수 있도록 낡은 규제를 혁파하고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산업부는 업계의 추가적인 의견 수렴과 관계 부처 협의를 거쳐 조만간 구체적인 유턴 정책 개선 방안을 수립해 발표할 계획이다.

안영국 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