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RE100)를 금융 투자 구조로 전환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기업이 부담해온 RE100 비용을 펀드 자본으로 재구성하고, 이를 자산운용사가 운용한다. 기업이 낸 비용이 다시 투자 자본으로 전환되는 생산적 금융 구조다.
'RE100 생산적 금융 펀드'는 약 3500억원 규모로 기업이 납부한 '녹색프리미엄' 재원으로 조성한다. 녹색프리미엄은 기업이 재생에너지 사용을 위해 전기요금 외 추가로 부담하는 비용이다. 여기에 민간 투자자를 추가로 유치해 전체 운용 규모는 더 확대될 전망이다.
현재 이를 운용할 위탁운용사를 선정 중이다. 직접 투자 대신 민간 자산운용사를 통해 자금을 집행하고 시장을 설계하는 방식으로, RE100 이행을 금융 시스템 안으로 끌어들이겠다는 구상이다. 운용자산(AUM) 10조원 이상의 대형 자산운용사만 참여가능하다. 여기에 재생에너지와 인프라 투자 실적까지 평가에 반영되면서 경쟁 구도는 소수의 대형 운용사 중심으로 압축될 전망이다.
펀드 구조는 수익성보다 안정성에 초점을 맞췄다. 성과보수 없이 관리보수만 허용된다. 전형적인 사모펀드와 달리 수익 극대화보다 장기적 자금 공급과 정책 목적 달성에 방점이 찍혀 있다.
투자 방식도 모펀드 아래 다수의 하위펀드를 두는 재간접 방식으로 운용되며, 지분투자뿐 아니라 대출, 채권 등 다양한 금융수단을 활용한다. 이를 통해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사업 전반에 자금을 공급할 수 있도록 했다. 기업이 전력을 직접 조달하는 전력구매계약(PPA)이나 자가발전 방식까지 포함해, 시장 기반 재생에너지 조달 구조를 확대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정부가 RE100을 금융 구조로 끌어들인 배경에는 기업 수요 확대가 있다. 글로벌 공급망에서 RE100 이행 요구가 강화되면서 국내 기업들도 재생에너지 확보 필요성이 커졌지만, 관련 인프라와 금융 지원은 부족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녹색프리미엄으로 조성한 재원을 투자 자본으로 전환해 재생에너지 인프라 확대에 활용한다는 구상”이라며 “이번 펀드는 재생에너지를 '정책 지원 대상'에서 '투자 자산'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박두호 기자 walnut_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