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에너지 반응 비밀 풀어...배터리·수소·탄소중립 기술 성능↑ 길 열어

우리 연구진이 에너지 기술 핵심 원리를 밝혀냈다. 전기화학 반응이 일어나는 초미세 공간인 '전기 이중층(전극·전해질이 맞닿는 얇은 경계면)'에서 분자 구조가 바뀌는 과정을 최초로 규명했다. 배터리·수소·탄소중립 기술 효율과 성능을 동시에 끌어올릴 수 있는 길을 열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총장 이광형)은 김형준 화학과 교수팀이 최창혁 포스텍 화학과 교수, 신승재 울산과학기술원(UNIST) 교수와 전기 이중층 내 구조적 상전이(물질 상태나 배열이 바뀌는 현상)를 규명했다고 3일 밝혔다.

전해질 농도에 따라 전기 저장 능력 패턴이 '낙타 모양'에서 '종 모양'으로 바뀌는 원인을 분자 수준에서 밝혀냈다.

전기 이중층 구조 변화로 나타나는 '낙타형→종형' 곡선 전이
전기 이중층 구조 변화로 나타나는 '낙타형→종형' 곡선 전이

전기화학 분야에서는 전해질 농도가 높아질수록 전기용량 곡선이 두 개 봉우리를 가진 '낙타 모양'에서 하나의 봉우리인 '종 모양'으로 바뀌는 현상이 오래전부터 알려져 있었지만, 그 원인은 분자 수준에서 설명되지 못한 채 남아 있었다.

연구팀은 원자 수준 정밀 시뮬레이션·실험으로 전극에 걸리는 전압에 따라 두 가지 핵심 변화가 발생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음극에서는 물 분자들이 일정 방향으로 재배열되고, 양극에서는 음이온(음전하를 띤 입자)들이 표면에 밀집해 2차원 구조를 형성하는 '응축' 현상이 나타났다. 이 두 과정은 각각 전기용량 곡선 봉우리를 만들며, 전해질 농도가 높아질수록 하나로 합쳐지면서 곡선 형태가 '낙타'에서 '종'으로 변하게 된다.

특히 연구팀은 전극 전위(전극에 걸리는 전압)와 전해질 농도에 따라 전기 이중층 구조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한눈에 보여주는 '상도표(조건에 따른 상태 변화 지도)'를 세계 최초로 제시했다. 또 이런 이론적 예측을 실시간 적외선 분광법(ATR-SEIRAS)으로 실제 입증했다.

김형준 교수는 “이번 연구는 미세 전기화학 반응 환경을 처음으로 이해하고, 설계할 수 있는 길을 연 것”이라며 “전기 이중층 상전이를 정밀 제어할 수 있다면 배터리 충전 속도를 높이거나 수소 생산 효율을 극대화하는 등 에너지 기술 성능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호 KAIST 화학과 박사과정, 김동현·조준식 포스텍 화학과 박사과정이 공동 제일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는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지난 3월 7일 게재됐다.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