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생명공학연구원(원장 권석윤)은 바닷속 미생물이 언제 더 강한 독성을 가지게 되는지 규명하며, 새로운 해양 안전 관리 기준을 제시했다고 7일 밝혔다. 이준 생물자원센터 박사팀이 이룬 성과다.
바다 속 작은 미생물 중 일부는 패류독소라는 강한 독을 만들어낸다. 이 독소는 조개류 등에 축적돼 사람이 섭취할 경우 신경 마비 등 심각한 중독을 유발할 수 있다.
현재 해양 안전관리는 해수 중 유해조류 개체 수(세포 밀도)를 기준으로 경보 발령 및 채취 제한 조치를 결정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같은 수의 미생물이 존재하더라도 실제 독성은 크게 달라질 수 있어 보다 정밀한 위험 예측에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해양 미생물 '센트로디늄'을 대상으로 약 30일 동안 성장 과정을 추적하며 독소 변화를 정밀 분석했다.
그 결과, 배양 기간에 따라 세포 성장 과정을 3단계로 구분, 각 단계마다 생성 독소 종류·강도가 뚜렷하게 달라짐을 확인했다.
초기에는 비교적 약한 독소가 주로 생성되지만, 후반 단계로 갈수록 매우 강한 독소가 급격히 늘어나며, 전체 독성은 초기보다 약 5배 이상 중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에서 주목할 점은 독소 생성이 단순히 시간이 흐르며 쌓이는 것이 아니라, 미생물 세포의 성장 단계(발달 단계)에 따라 조절됨을 과학적으로 밝혀낸 것이다.
연구팀은 세포 크기·형태가 변하는 특정 발달 단계에서 독소를 만드는 유전자 활동이 집중됨을 규명했다. 이는 어떤 성장 단계에 있느냐가 독성 위험도를 결정짓는 핵심 요소임을 의미한다.
이 결과는 앞으로 해양 환경 관리 방식에도 중요한 변화를 시사한다. 해당 미생물의 성장 단계까지 함께 고려해야 보다 정확한 독성 예측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특히 독성이 급격히 증가하는 시점을 사전에 파악할 수 있는 과학적 근거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준 박사는 “이번 연구는 해양 미생물이 단순히 양적으로 늘어날 때가 아니라, 질적으로 성숙해지는 시기에 더 위험해진다는 것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라며 “앞으로 생물 성장 단계를 반영한 새로운 관리 기준으로 해산물 안전과 해양 생태계 보호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Journal of Hazardous Materials 3월 15일자에 게재됐다.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