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표준과학연구원(원장 이호성)과 한국천문연구원(원장 박장현)이 2030년경 예정된 시간 단위 '초' 재정의에 기여하기 위해 손을 맞잡았다.
양 기관은 7일 표준연대전 본원에서 'SLR 활용 초정밀 광시계 비교 융합연구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국제우주정거장(ISS)의 원자시계와 한국의 이터븀 광시계를 정밀하게 비교하는 국제 공동 프로젝트에 본격 착수한다고 밝혔다.
현재 시간 단위 초 구현에 사용되는 세슘 원자시계보다 100배 이상 정밀한 '광시계'가 차세대 시간 표준으로 주목받으며, 전 세계 광시계의 성능을 비교·검증하는 작업이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그러나 GPS 등 위성 기반 방식은 정밀도가 낮고, 광섬유망 방식은 대륙 간 연결이 어렵다는 물리적 한계가 있어 그간 전 세계 광시계 간 정밀 비교 연구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유럽우주국(ESA)의 'ACES(Atomic Clock Ensemble in Space)' 미션이다. ACES는 ISS에 탑재된 원자시계 시스템을 활용해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을 검증하고 기초 물리 법칙을 정밀하게 시험하는 국제 우주 프로젝트다. 특히 기존 위성 방식보다 10배 정밀한 10-17 수준으로 우주와 지상 간 시각 비교가 가능해, 기술적·지리적 제약을 넘어 전 세계 광시계 성능을 검증할 최적의 대안으로 꼽힌다.

한국은 ACES 미션 중 레이저 기반 시각 비교 방식인 ELT(European Laser Timing) 프로젝트에 참여한다. ELT는 유인 시설인 국제우주정거장을 향해 레이저를 발사하는 방식이므로, 인체 안전을 위해 유럽우주국(ESA)의 엄격한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한국은 현재 독일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유럽우주국의 승인을 획득해 ACES-ELT 프로젝트에 합류하게 됐다. 특히 한국과 독일은 ISS 관측 시간대가 엇갈리는 지리적 이점이 있어, ISS 원자시계의 안정성 검증에 필요한 핵심 데이터를 제공할 전망이다.
양 기관은 국제 공동 프로젝트인 'ACES-ELT'에 참여하기 위해 지난해 표준연의 '이터븀 광시계(KRISS-Yb1)'와 천문연의 '세종 인공위성 레이저추적 시스템(SLR)'을 전용 광섬유망으로 연결했다.
이번 양 기관 협약의 주요 내용은 △SLR·원자시계 등 양 기관 주요 연구장비의 공동 활용 △ACES-ELT 미션을 포함한 SLR 기반 광시계 비교 측정 공동연구 △연구 인력 교류 및 전문인력 양성 등이다.
이호성 원장은 “그동안 기술적 한계로 어려웠던 광시계의 성능 검증을 국제 공동 연구를 통해 수행할 수 있게 됐다”며, “우리 측정 기술의 우수성을 세계 무대에서 확인하고 2030년 예정된 '초'의 재정의에 주도적으로 기여할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박장현 원장은 “국가 전략 인프라인 세종 SLR을 중심으로 두 출연연이 각자의 보유 기술을 활용하여 융합 연구에 나선 것은 매우 뜻깊은 일”이라며, “국제 우주 미션에서 한국 과학기술의 위상을 높여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