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플러스]삼성, 400단 낸드 생산 임박…8인치 파운드리 전환도 주요 과제

삼성전자가 반도체 신사업 재개 움직임을 보이면서 대상과 방향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삼성전자가 강력한 생산 능력을 보유한 만큼 사업 계획에 따른 투자 파급력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관련 소재·부품·장비 생태계에서도 모처럼 투자 훈풍이 기대된다.

삼성전자 V9 낸드 플래시 메모리(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V9 낸드 플래시 메모리(사진=삼성전자)

◇인공지능(AI) 수요 확산에 낸드 초격차 재시동

업계에서는 그동안 속도가 나지 않았던 삼성전자 사업 중 재개 우선 순위로 '낸드 플래시 메모리'를 꼽는다. 바로 400단대 낸드다.

낸드 플래시는 단수가 높아질수록 용량이 커진다. 이 때문에 얼마나 고단의 낸드를 구현하느냐가 핵심 성능 지표다. 삼성전자는 2024년 4월 286단 적층의 9세대 낸드 'V9' 양산을 시작했다. 현재 삼성전자가 상용화한 가장 최신 낸드다.

경쟁사인 SK하이닉스는 321단 낸드를 양산, 고객사에 공급 중이다. 단순히 단수 경쟁에서는 삼성전자가 한발 뒤처진 셈이다. 삼성전자는 300단대 낸드를 건너뛰고 바로 400단 낸드 'V10' 개발에 나섰다. 그러나 낸드 수요가 줄고 D램 및 HBM 경쟁력 회복 기간과 겹치면서 투자에 속도를 내지 못했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삼성전자는 올해 상반기까지 V10 생산라인을 조성하고, 하반기 양산에 돌입하는 계획을 구상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아직 구매발주(PO)가 본격화 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소부장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V10 투자 논의를 재개하긴 했지만 노조 이슈 등과 겹치면서 정확한 설비 투자 시점을 잡지 못한 것으로 안다”며 “V10에는 다수 혁신 기술이 새롭게 적용되는 만큼 속도감 있는 사업 투자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슈플러스]삼성, 400단 낸드 생산 임박…8인치 파운드리 전환도 주요 과제

V10에는 수직으로 쌓은 메모리 셀 간 신호를 주고 받을 수 있는 경로, 채널홀을 보다 깊게 파야 한다. 단수가 그만큼 높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극저온 식각 기술이 활용된다. 현재 삼성전자는 극저온 식각 장비 공급사 선정을 마무리하는 단계로 알려졌다.

또 삼성전자 낸드에서는 기존에 회사가 활용하지 않았던 '웨이퍼 투 웨이퍼(W2W)' 본딩 기술도 적용된다. 데이터를 저장하는 셀 영역과 이를 구동하는 회로 영역 '페리페럴'을 서로 다른 웨이퍼에서 구현, 서로 접합하는 기술이다.

정밀한 웨이퍼 절단을 위한 레이저 가공 기술도 새로 도입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미세 회로에 영향을 주지 않고 이물 발생을 최소화하는 절단법으로 낸드 성능과 수율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현재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 공장에서 V8(236단) 낸드 전환을 완료하고, 올해 V9 전환도 진행하고 있어, 국내 공장에서 V10 설비 투자가 이뤄지기 적절한 시점”이라며 “AI 확산에 차세대 저장장치인 고성능 낸드 수요가 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8인치 파운드리가 있는 삼성전자 기흥 캠퍼스(사진=삼성전자)
8인치 파운드리가 있는 삼성전자 기흥 캠퍼스(사진=삼성전자)

◇8인치 파운드리, 화합물 반도체 제조 라인 전환

삼성전자가 재추진하는 또 다른 신사업은 화합물 반도체다. 질화갈륨(GaN)과 실리콘카바이드(SiC)가 대표적이다. 삼성전자는 2023년 8인치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라인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GaN·SiC 전환에 착수했다. 기존 실리콘(Si) 웨이퍼 기반 8인치 공정의 시장성을 개선하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월 생산능력 약 30만장의 8인치 파운드리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1위다. SK하이닉스(우시 SK하이닉스시스템IC+SK키파운드리) 약 19만~20만장, DB하이텍 14만장 순이다.

그러나 8인치는 90나노미터(㎚) 이하 첨단 반도체 제조에는 적합하지 않다. 수율 저하와 비용 증가 탓이다. 최근 첨단 반도체 제조 수요가 늘고 있는 만큼, 구공정인 8인치로는 '마진'을 남기기 쉽지 않다. 삼성전자가 GaN과 SiC 전환에 눈을 돌리는 이유다.

GaN과 SiC는 차세대 전력 반도체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니라 충전기, 태양광, 데이터센터용 전력 반도체에서도 수요가 예상된다.

특히 8인치 공정 장비 일부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도 강점이다. 그만큼 투자 효율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GaN 공정을 위한 유기금속화학증착(MOCVD) 장비 등 핵심 설비도 이미 확보해둔 상태다. 여기에 SiC 어닐링 등 신규 장비 도입이 이어지면 빠른 생산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화합물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GaN·SiC 반도체 사업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기 시작했다”며 “그동안 사업 방향에 대한 숙고가 이어졌다면 최근에는 로드맵을 재설정하는 등 행보가 달라진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D램 경쟁력도 지속 확보…초격차 실현

삼성전자는 기존 D램과 HBM 역량도 지속 강화하고 있다. 현재 10나노미터(㎚) 7세대 D램인 '1d'도 개발 중이다. 업계에는 삼성전자 1d D램이 개발 단에서 상당 수준 성능을 확보한 것으로 보고 있다. R&D 수율도 높은 상태로, 양산 이관이 멀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아직 구체적인 1d D램 양산 일정을 확정하진 않았다.

HBM도 차세대를 준비하고 있다. 현재 HBM4를 엔비디아 등 AI 반도체 칩 기업에 공급 중이며, HBM4E도 올 하반기 시제품(샘플)을 출하할 계획이다.

삼성전자 V낸드 세대별 출시 시점과 단수
삼성전자 V낸드 세대별 출시 시점과 단수
2025년 분기별 낸드 플래시 메모리 시장 점유율 - 자료 :카운터포인트리서치
2025년 분기별 낸드 플래시 메모리 시장 점유율 - 자료 :카운터포인트리서치
글로벌 GaN 및 SiC 전력 반도체 시장 규모 전망 - 자료 : 글로벌마켓인사이츠·욜그룹 등 취합
글로벌 GaN 및 SiC 전력 반도체 시장 규모 전망 - 자료 : 글로벌마켓인사이츠·욜그룹 등 취합

권동준 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