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위기가구 비극…정부, 복지급여 '자동지급' 추진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위기가구의 사망 사건이 잇따르자 정부가 복지급여를 신청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지급하는 제도 도입에 나섰다. 직접 신청해야만 지원을 받을 수 있던 수동적 복지에서 국가가 선제적으로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적극적 복지' 체계로 정책 기조를 전환한다.

보건복지부는 12일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위기가구 지원을 위한 복지안전매트 강화 방안'을 보고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12일 청와대에서 국무회의 겸 비상경제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12일 청와대에서 국무회의 겸 비상경제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8월 복지급여를 직접 신청해야만 받을 수 있는 현행 '복지 신청주의'에 대해 “매우 잔인한 제도”라고 지적하며 자동 지급 방식 전환 검토를 지시한 바 있다.

이후 울산 울주군 아동양육 가구 사망 사건과 전북 임실군 노인돌봄 가구 사망 사건 등이 잇따르면서 정부는 신청하지 않으면 지원받지 못하는 기존 체계에서 벗어나 선제 지원하는 방향으로 복지 정책을 전환하기로 했다.

정부는 우선 지원 대상자로 확인되면 별도 신청 없이 복지급여를 자동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이를 위해 사회보장기본법, 사회보장급여법, 아동수당법,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 기초연금법, 장애인연금법 등 6개 법률 개정을 추진한다.

보편급여인 아동수당, 부모급여, 첫만남이용권은 현재 출생 신고 후 별도 신청 절차를 거쳐야 지급되지만 앞으로는 출생 신고만 하면 자동 지급되도록 개선한다.

선별급여인 기초연금과 장애인연금은 수급 탈락자나 다른 선별급여 수급자 정보를 정부가 활용해 신청한 것으로 간주한 뒤 자격을 확인해 자동 지급하는 방식으로 개편한다.

복지멤버십 가입자에 대해서는 별도 신청이 없어도 연 2회 소득·재산 조사를 실시해 수급 가능성을 선제적으로 안내할 계획이다.

위기가구 당사자 동의 없이도 공무원이 복지급여를 직권 신청할 수 있는 제도 실효성도 강화한다. 정부는 사회보장급여법 등 관련 법을 개정해 기초생활보장제도와 한부모가족지원제도에서 본인 동의 없이 가능한 직권신청 범위를 명확히 하고 금융재산 조사 요건을 완화할 방침이다. 직권 신청 과정에서 적극 행정에 나선 공무원을 보호하기 위한 면책 규정도 마련한다.

법 개정 전까지는 미성년자나 발달장애인이 포함된 가구 대상으로 동의가 없어도 직권 신청 방식으로 기초생활보장 생계급여를 우선 지원한다.

복지 사각지대 발굴 시스템도 고도화한다. 현재는 전기·수도요금 3개월 연속 체납 여부 등을 중심으로 위기가구를 선별하지만 앞으로는 사용량 급감 등 생활 패턴 변화까지 분석해 위기 징후를 조기 포착한다. 관련 기준은 관계기관 협의를 거쳐 마련한 뒤 올해 말부터 적용할 예정이다.

현재 연 6차례 수준으로 지자체에 통보되는 위기가구 명단도 개선한다. 앞으로는 반복적으로 감지되거나 위기아동·고독사 발굴 시스템에서 중복 확인된 가구를 지자체가 별도 우선 관리한다.

긴급복지 지원 기준도 완화한다. 정부는 위기 상황 인정 범위를 넓히고 금융재산 기준 상향도 검토한다. 기준에 일부 미달하더라도 현장에서 긴급 지원 필요성이 인정되면 긴급지원심의위원회를 적극 활용해 지원하기로 했다.

다자녀 가구나 인구감소 지역의 현실을 반영해 기초생활보장 자동차 재산 기준을 단계적으로 완화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취약가구의 돌봄 부담 완화를 위한 대책도 포함됐다. 아이돌봄서비스 지원 시간은 연 960시간에서 1080시간으로 확대한다. 아동학대나 방임이 의심되거나 주양육자가 부재한 위기가구는 시·군·구 내 아동·복지 관련 부서가 공동 관리 체계를 운영한다.

수사기관이 피의자를 체포·구속할 때 보호가 필요한 아동 존재 여부를 확인하고 해당 사실을 지자체에 통보하도록 의무화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관련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노인 돌봄 부담 완화를 위해 장기요양 단기보호기관과 치매안심병원 등을 확대하고 가족휴가제와 정서 지원 프로그램도 활성화한다. 자살 시도자가 동의하지 않더라도 자살예방센터가 개입할 수 있도록 하는 법 개정도 추진한다.

정부는 현재 약 2만4000명 수준인 읍면동 복지 담당 공무원을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직권 신청 등 적극 행정으로 위기가구를 보호한 공무원과 지자체에는 포상금 등 인센티브를 제공할 계획이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번 대책은 복지급여 자동지급과 직권신청 실효성을 강화해 신청주의 한계를 개선하는 첫걸음”이라며 “신청해야만 지원하는 수동적 복지에서 선제적으로 제공하는 적극적 복지로 정책 기조를 전환해 빈틈없는 복지안전매트를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배옥진 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