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첫 원자력 박사이자 최연소 서울대 교수로 이름을 알린 정창현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명예교수가 12일 오전 1시 49분 별세했다고 유족이 전했다. 향년 85세.
1941년 경남 진주에서 태어난 고인은 경남고를 졸업한 뒤 1959년 서울대 원자력공학과에 입학했다. 당시 정부는 1958년 원자력법 제정 이후 서울대에 원자력공학과를 신설하고 첫 신입생 20명을 선발했다. 이후 1963년 국내 최초 연구용 원자로인 트리가 마크-2를 가동하며 한국 원자력 시대의 막을 열었다.
고인은 초등학교 졸업 직전 사고로 부모를 모두 여의면서 어려운 환경 속에 성장했다. 가정 형편 때문에 대학 진학을 포기하려 했지만 시험을 불과 석 달 앞두고 공부에 몰두한 끝에 서울대 공대 수석으로 합격해 화제를 모았다.
당시 결심이 흔들릴 것을 우려해 눈썹까지 민 채 72시간 공부하고 24시간 잠을 자는 방식으로 입시에 매달렸다는 일화도 유명하다.
서울대 졸업 후 미국으로 유학을 떠난 고인은 1970년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원자력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 역시 국내 최초 원자력 박사 학위였다.
MIT 재학 시절에는 박사 자격시험 합격 후 불과 5개월 만에 논문을 제출해 학교 측으로부터 “논문은 훌륭하지만 학위를 주기에는 너무 빠르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학교는 1년 넘게 학위 수여를 미뤘고, 이후 같은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수여했다. 이 일화는 그의 뛰어난 학문적 역량을 보여주는 사례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귀국 후인 1971년에는 30세의 나이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조교수에 임용되며 당시 최연소 서울대 교수 기록을 세웠다. 이어 1973년에는 서울대 교무부처장에 오르며 최연소 보직교수 기록도 남겼다.
고인은 2006년 정년퇴직할 때까지 후학 양성과 원자력 연구에 헌신했다. 주요 연구 분야는 원자로 동특성 해석이었다. 공로를 인정받아 국민훈장 모란장을 수훈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신도형씨와 1남 3녀인 정승혜·정주혜·정주은·정영욱씨, 며느리 최정연씨, 사위 김세홍씨 등이 있다.
빈소는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 31호실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14일 오전 9시 30분이다. 장지는 광릉추모공원이다.
김태권 기자 tk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