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 유가 급등이 보여준 토큰화의 미래

정구태 인피닛블록 대표
정구태 인피닛블록 대표

미국과 이란 간 군사적 충돌로 국제 유가가 급등했다. 짧게 끝날 듯 보였던 긴장은 예상과 달리 빠르게 확산됐고, 시장은 그 충격을 고스란히 떠안았다. 그런데 이번 사태는 유가 변동 자체보다 더 중요한 장면을 남겼다. 전통 금융시장이 멈춰 있는 동안에도 블록체인 기반 토큰화 자산 시장은 움직이고 있었다는 점이다.

전통 금융은 정교한 제도와 인프라를 갖추고 있지만 여전히 거래시간의 제약 안에서 작동한다. 주말과 공휴일에는 대부분의 시장이 문을 닫고, 그 사이 발생한 지정학적 충돌이나 공급망 리스크는 즉시 가격에 반영되지 못한다. 현실은 실시간으로 흔들리는데 시장은 멈춰 있고, 투자자는 월요일 개장까지 기다려야 한다. 정보와 가격 사이에 시차가 생기는 구조다.

원유 시장은 이러한 한계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준다. 국제 유가의 기준은 뉴욕상업거래소와 인터컨티넨탈거래소의 선물시장과 파생상품 시장에서 형성된다. 오랜 시간 검증된 가격 발견 체계이지만, 거래시간 밖에서 벌어지는 사건 앞에서는 구조적으로 즉응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위험은 이미 현실이 됐는데 가격은 한동안 정지된 채 남는다.

반면 일부 디지털자산 시장에서는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석유를 기초자산으로 한 토큰화 자산이 거래되며, 전통 시장이 닫힌 시간에도 가격 조정과 유동성 공급이 이어졌다. 이는 블록체인 기반 시장이 24시간, 365일 작동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동시에 자산 토큰화가 기존 금융의 주변부 실험이 아니라, 금융 인프라를 다시 설계할 수 있는 가능성이라는 점도 드러냈다.

자산 토큰화의 의미는 자산을 디지털 형태로 바꾸는 데 그치지 않는다. 거래시간의 제약을 줄이고, 자산을 더 작은 단위로 나누며, 더 넓은 참여자에게 시장 접근 기회를 열어준다는 데 본질이 있다. 특히 원유처럼 지정학적 변수에 민감한 자산일수록 실시간 거래 인프라의 필요성은 더 크다. 정보가 발생한 즉시 가격에 반영될 수 있어야 시장의 효율성과 신뢰도 함께 높아진다.

물론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기초자산과 토큰의 연계 구조를 어떻게 투명하게 설계할지, 수탁과 공시, 회계와 투자자 보호 기준을 어떻게 정립할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시장이 24시간 열린다고 해서 신뢰까지 자동으로 생기지는 않는다. 기술의 진보와 함께 제도의 정비가 병행돼야 한다.

그럼에도 방향은 분명하다. 금융의 역사는 더 빠르고, 더 넓고, 더 효율적인 연결을 향해 진화해온 과정이었다. 방문, 전화 주문은 전자상거래로, 영업점 중심 금융은 모바일 금융으로 대체되었다. 토큰화 역시 같은 흐름 위에 있다. 결국 금융의 본질은 돈을 보관하는 데만 있지 않다. 자본과 정보가 필요한 곳으로 가장 효율적으로 흐르도록 연결하고, 위험을 가격에 반영하며, 멈추지 않는 경제활동을 뒷받침하는 데 있다. 그런 점에서 토큰화는 새로운 기술이나 투자 상품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금융의 본령을 더 정교하게 구현하려는 시도에 가깝다.

금융시장이 쉬는 동안에도 현실경제는 멈추지 않는다. 그렇다면 금융도 더 이상 멈춰 있어서는 안 된다. 금융의 핵심은 자본의 재분배에 있다. 토큰화는 금융의 본질을 가장 잘 실현할 수 있는 효율적 수단이다.

정구태 인피닛블록 대표 kevin@inbl.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