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1000억원 이상 R&D 지원 속 AI 반도체 기술자립 가속화…AI주권 확보 '마중물'

인공지능(AI) 서비스의 전면 확산으로 그래픽처리장치(GPU)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력과 운용 비영 부담이 가중되면서 고비용 구조 해소가 AI 대전환 시대를 열 열쇠로 평가된다.

정부도 글로벌 AI 경쟁이 소프트웨어(SW)를 넘어 인프라 역량 확보로 확전되고 있다고 판단한다. 대규모의 데이터를 낮은 전력과 비용으로 빠르게 학습·추론·가속할 수 있는 인프라 'AI 반도체'가 새로운 시장 질서를 이끌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부는 우리가 가진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와 AI 역량을 결합할 경우 경쟁력은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올해만 1000억원이 넘는 예산을 AI 반도체 연구개발(R&D)에 쏟아 붓는다. 퓨리오사AI, 딥엑스, 파네시아 등 국내 기업도 정부의 든든한 지원과 자체 개발 역량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 진출 채비를 마쳤다.

지난 달 22일 열린 국내 최고 정보통신기술(ICT) 축제 '월드IT쇼 2026' K-반도체 생태관 퓨리오사AI 부스에서 관람객이 AI 반도체를 살펴보고 있다. 김민수기자 mskim@etnews.com
지난 달 22일 열린 국내 최고 정보통신기술(ICT) 축제 '월드IT쇼 2026' K-반도체 생태관 퓨리오사AI 부스에서 관람객이 AI 반도체를 살펴보고 있다. 김민수기자 mskim@etnews.com

◇AI 반도체 R&D 지원, 국가 기술자립 성큼

글로벌 AX 가속화로 AI가 일상에 확산되면서 AI 반도체 시장도 메모리 반도체에 버금가는 규모로 성장이 예상된다. 특히 클라우드, 온디바이스AI 등 AI 서비스 본격화로 AI 모델 학습을 넘어 서비스를 위한 추론용 AI 본도체는 시장 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은 2024년 713억달러(약 106조9286억원)에서 2028년 1590억달러(약 238조4205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AI 반도체가 국가 AX를 실현할 핵심 인프라이자 토대로 보고 R&D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국산 AI 반도체 상용화와 미래도전 기술 확보를 위해 지난해 'K-NPU 프로젝트'에 착수했으며 대규모 수요 창출을 목적으로 'K-NPU 공공 선도 7대 과제'까지 발표했다.

과기정통부는 올해도 AI 반도체 분야에 1430억원을 투입해 신경망처리장치(NPU) 성능 고도화, 차세대 프로세싱인메모리(PIM) 개발, K클라우드 구현을 위한 풀스텍 HW·SW 기술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정부는 AI 반도체 투자를 단순히 산업 육성이나 주요 기술 확보로만 보지 않는다. AI 반도체가 AI 경쟁력을 좌우하는 기반 인프라임을 감안해 산업 트렌드가 아닌 산업·경제·안보 주권과 직결된 국가 전략기술로 판단한다. 결국 기술 자립 여부가 성공적인 AI 대전환 시대를 여는 밑바탕이 된다는 것이다.

과기정통부의 정책 방향에 따라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은 중장기적인 R&D전략을 수립, 실행하고 있다. 단순히 GPU를 대체할 AI 반도체 개발이 아닌 의존도를 줄이면서 AI 활용 전주기에 걸쳐 국산 기술이 활용될 수 있는 핵심 기술 개발이 목적이다.

특히 서버급 추론, 엣지·온디바이스, 저전력, 데이터 플로우 등 다양한 영역에서 우수 기업·기술을 지원해 집단적 기술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차세대 지능형 반도체 기술개발(2026년 189억원), PIM인공지능 반도체 핵심 기술개발(270억원), AI반도체를 활용한 K클라우드 기술개발(608억원) 등 사업들이 이 같은 정책 철학을 담아 수행 중이다.

국내 최고 정보통신기술(ICT) 축제 '월드IT쇼 2026' K-반도체 생태관 모빌린트 부스에서 관람객이 AI 반도체를 살펴보고 있다. 김민수기자 mskim@etnews.com
국내 최고 정보통신기술(ICT) 축제 '월드IT쇼 2026' K-반도체 생태관 모빌린트 부스에서 관람객이 AI 반도체를 살펴보고 있다. 김민수기자 mskim@etnews.com

◇집단 기술 스펙트럼 완성, AI주권 확보 가속화

과기정통부와 IITP의 지원 아래 국내 AI 반도체 기업들도 글로벌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기업은 독자 기술 확보에 따른 글로벌 진출, 투자유치 성과를 창출하고 국가는 기술 자립도를 높이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인 퓨리오사AI는 차세대 지능형 반도체 기술개발에 참여하면서 1세대 NPU 워보이(WARBOY)를 개발했다. 이 제품은 엔비디아의 동급제품 'A2'와 비교해 2배 이상 우수한 전력 대비 성능을 입증하기도 했다. 2세대 NPU인 RNGD 역시 엔비디아 'RTX 프로 6000' 대비 동일한 전력 기준 7.4배 많은 사용자 동시 처리 속도를 보이며 주목 받았다.

딥엑스도 인공지능 반도체 SW통합플랫폼기술개발, PIM인공지능반도체 핵심기술개발, 차세대 지능형 반도체 기술개발 등 사업에 참여하며 글로벌 역량을 확보했다. 초저전력 AI칩 'DX-M1'은 양상 7개월 만에 8개국 기업으로부터 27건의 구매주문을 확보했고, 2024년부터 올해까지 3년 연속 CEO 혁신상을 수상하는 등 성과를 거뒀다.

리벨리온은 AI반도체를 활용한 K클라우드 기술개발 사업, 거대인공신경망 인공지능반도체 SW기술개발 등 다양한 정부 과제에 참여해 국내 최초 생성형AI 모델 가속을 지원하는 NPU를 개발했다.

모빌린트와 파네시아도 정부 지원 아래 3종의 모델을 5W 이하로 실행하는 저전력 보드와 세계 최초 컴퓨터익스프레스링크(CXL) 포트 기반 라우팅 기능을 지원하는 실리콘칩을 개발했다. 또 하이퍼엑셀은 저전력 D램 기반 주문형 반도체 '베르다'를 출시한데 이어 국내 AI 가속기 기업 최초로 AWS F2 인스턴스를 통한 LPU 상용 서비스를 시작했다.

IITP 관계자는 “기술 자립은 설게 선택권, 공급 대안, 확장 가능성을 스스로 보유한 상태를 의미한다”며 “단일 챔피언이 아닌 집단적 기술 포트폴리오 완성을 목표로, 여러 기술 경로가 동시에 축적되는 지원을 통해 한국에서 제2의 엔비디아가 탄생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