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가전 기업의 캐시카우로 부상한 전장 사업에서도 중국의 추격은 매섭다. 완성차와 전장 공급망을 동시에 확장하며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중국 전기차의 해외 진출이 가속화될 경우 전장 생태계 전반이 중국계 공급망 중심으로 재편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도 10년전 인수한 하만을 필두로 전장사업을 키우고 있다. 하만은 지난해 매출 15조7833억원, 영업이익 1조5311억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하만을 인수한 직후인 2017년과 비교하면 매출은 2.2배, 영업이익은 26배 이상 늘었다.
올해 LG전자의 전장 사업이 최대 1조원에 육박하는 영업이익을 달성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지난해 LG전자 VS사업본부는 매출 11조1357억원, 영업이익 5590억원의 역대 최고 실적을 냈고, 올해 1분기에도 211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10년여 간의 적자를 모두 극복하고 안정적인 이익을 가져다 주는 흑자 사업으로 전장 사업이 탈바꿈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모두 이제 전장사업은 회사의 핵심 먹거리로 자리매김했다.
전장 시장은 보쉬나 덴소 같은 전통 자동차 부품사가 장악해온 영역이다. 전기차와 자율주행, 인포테인먼트,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 확산으로 시장의 무게중심이 기계 부품에서 전자·소프트웨어로 빠르게 이동하면서 국내 가전기업에도 기회가 열린 셈이다. 삼성전자가 하만을 인수하고, LG가 마그나와 합작법인을 설립한 것도 자체 역량만으로는 글로벌 자동차 부품사 수준으로 단기간 성장이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문제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빠르게 성장하는 동안 중국 업체들도 본격적인 시장 진입 채비를 마쳤다는 점이다. 화웨이가 대표 사례다. 화웨이 지능형 차량 솔루션 사업 매출은 2023년 45억8800만위안에서 2024년 263억5300만위안으로 급증했다. 지난해에는 450억1800만위안까지 커졌다. 2년 만에 매출이 약 10배 늘었다. 원화로는 약 10조원에 육박한다.

화웨이는 2024년 전장 사업에서 처음으로 흑자 전환을 달성했다. LG전자 VS사업본부의 흑자 전환 시점보다 2년 밖에 안 뒤진다. 화웨이는 차량용 OS·자율주행·스마트콕핏·클라우드를 주력으로 생산한다.
중국의 여타 가전업체도 전장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TCL은 자회사 CSOT를 앞세워 전장향 디스플레이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스마트콕핏 디스플레이, HUD 등 차량용 화면에 집중하고 있다. 하이센스는 일본 산덴을 기반으로 차량용 공조와 열관리 시장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화웨이를 제외한 나머지 중국 가전의 전장 시장 영향력은 아직 미미하다는게 업계 안팎의 평가다. 하지만 BYD, 체리자동차 등 중국 전기차의 유럽·동남아·중남미 진출이 본격화될수록 중국계 전장 솔루션과 부품 공급망도 함께 확산될 가능성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완성차와 핵심 부품을 중심으로 구성되는 자동차 산업 생태계의 특성상 공급망 확보 경쟁은 불가피하다는 판단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전기차의 해외 판매 확대는 완성차 경쟁에 그치지 않고 차량용 소프트웨어, 디스플레이, 열관리 등 전장 공급망 경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국내 전자기업이 전장 사업을 안정적인 수익원으로 키우려면 단순 부품 공급을 넘어 플랫폼과 핵심 솔루션 경쟁력을 함께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