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탄소 없는 섬 제주 2035'를 슬로건으로 매년 제주도에서 개최된 '국제e모빌리티엑스포'가 사실상 동네 행사로 전락했다. 전기차가 메인 테마지만 국내외 주요 전기차 메이커들로부터는 외면받고 있다. 행사 때마다 제주도로부터 수억원의 보조금을 받지만 행사를 거듭할수록 모양새는 당초 사업 목적과 달리 변질되고 있다. 제주도는 보조금 지원 규정과 행사 계획을 세밀히 살펴 추후 행사 지원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국제e모빌리티엑스포(IEVE) 조직위원회(조직위원장 김대환)는 지난 13일 법무법인 세종에서 조직위원회 및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엑스포 성과평가 및 보고회'를 개최했다.
보고서에서 조직위원회는 지난 3월 24~27일 개최된 '제13회 국제e모빌리티엑스포'에 세계 30개국 1만명의 참관객이 찾았다고 적었다. 또 전시회에는 200여개사가 참여해 160개 부스를 채웠다고 명시했다. 하지만 이는 부풀려진 수치다.
조직위 관계자에 따르면 13회 전시회에 참여한 업체 수는 50여개사며 총 100여개 부스를 채우는데 그쳤다. 참관객 수 역시 1만명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라는 게 조직위 관계자의 전언이다.
업계 관계자는 “조직위는 '50개국 500개 기업'을 매번 공언하는데 이건 그냥 마케팅 카피로 봐야하는 거냐”며 “말이 국제 행사지 공간이나 참여업체를 놓고 보면 유사 모터쇼와는 아예 비교가 불가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행사가 13회에 이르기까지 쌓인 운영 노하우가 없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보고회에서 참석자들은 조직위원회의 업무 지속성이 없고 의전을 비롯해 전반적 업무 진행이 부실했다고 평했다. 또 행사 기간 중 홈페이지가 제대로 운영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다.
IEVE사무국은 올해 13회 행사를 준비하면서 제주도로부터 4억3000여만원의 민간행사사업보조금을 받았다. 지난해 행사에서도 비슷한 수준의 보조금을 지원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무국은 보조금에 대해서는 행사 후 보탬e 시스템에 증빙자료를 업로드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전체 사업예산의 정산자료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타 예산과 달리 정부·지자체 보조금 결산은 명확해야 한다. 그럼에도 지난해 7월 열린 12회 행사 보조금에 대한 결산작업도 아직 완료되지 않았다. 증빙자료가 부실하기 때문이라는 게 해당 관계자의 전언이다.
제주도청 관계자는 “2026년 행사 결과에 대해서는 아직 결산 자료를 받은 것이 없다”며 “결산자료를 기반으로 관람객이나 전기차 관련 업체 유치실적 등을 전반적으로 검토하겠다”고 설명했다.
제주도청 또다른 관계자는 “보조금을 받음에도 불구하고 IEVE 조직위 쪽에서는 제주도와의 협의보다는 독자적으로 행사를 진행하려는 성향이 강해 협조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며 “실제로 전기차 엑스포라고 하면 국내 현대차나 기아차 등이 메인기업이 등장해야 하는데 이런 곳은 참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 사업의 경우 세밀히 심의하고 충분한 정당성이 있을 때 거기에 맞는 보조금을 의결해 줄 것이며 최악의 경우 보조금을 없앨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윤대원 기자 yun197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