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0 찍고 사이드카까지…숨고른 코스피, 눈높이는 '1만'

코스피가 사상 처음 장중 8000선을 돌파했다. 지난 7일 장중 사상 첫 7000을 돌파한지 7거래일 만이다. 15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코스피 8천 돌파를 축하하고 있다.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코스피가 사상 처음 장중 8000선을 돌파했다. 지난 7일 장중 사상 첫 7000을 돌파한지 7거래일 만이다. 15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코스피 8천 돌파를 축하하고 있다.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코스피가 사상 처음 장중 8000선을 돌파한 뒤 7300선까지 밀리며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단기 급등에 따른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지며 매도 사이드카까지 발동됐지만, 증권가 시선은 여전히 '코스피 1만'에 맞춰져 있다. 인공지능(AI) 투자 확대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이익 추정치가 가파르게 상향되면서 한국 증시의 적정 지수 눈높이 자체가 달라졌다는 분석이 확산하고 있다.

17일 증권가에 따르면 KB증권은 올해 코스피 목표치를 기존 7500에서 1만500으로 40% 올렸다. KB증권은 올해 코스피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약 3배 늘어난 919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합산 영업이익도 2025년 91조원에서 2026년 630조원, 2027년 906조원으로 급증할 것으로 봤다.

앞서 현대차증권은 올해 연말 코스피 목표치를 9750으로 높이고, 강세장에서는 1만2000까지 단기 급등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유안타증권도 하반기 코스피가 7600~1만포인트 범위에서 1만선 안착을 모색하고, 최선의 경우 1만1600까지 가능하다고 제시했다.

글로벌 투자은행도 낙관론에 힘을 보태고 있다. JP모건은 한국 증시를 아시아 최선호 시장으로 유지하며 코스피 목표치를 기본 시나리오 9000, 강세장 시나리오 1만으로 제시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글로벌 메모리 업사이클의 핵심 수혜주이고, 한국 증시가 AI와 보안 분야에 대한 노출도가 높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지난 15일 장중 급락은 단기 급등에 따른 변동성 확대를 보여줬다. 코스피200 선물가격이 급락하면서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고,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세가 지수 낙폭을 키웠다.

특히 코스피 8000선, 삼성전자 30만원, SK하이닉스 200만원 등 상징적 가격대에 근접하면서 단기 수익을 확정하려는 매물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5월 들어 14일까지 코스피가 20% 넘게 급등한 만큼 속도 부담도 커졌다. 이 과정에서 반도체와 자동차 등 일부 대형 업종에 상승세가 집중된 점도 조정 압력을 키웠다.

대외 변수도 영향을 미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을 향해 강경 발언을 내놓으면서 지정학적 긴장 우려가 다시 부각됐다. 미중 정상회담 재료가 소멸한 뒤 시장 시선이 미·이란 협상과 중동 리스크로 옮겨간 점도 투자심리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금리와 환율도 변동성을 키웠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장중 4.5%대를 돌파하면서 이번 주 발표된 미국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생산자물가지수(PPI) 등 인플레이션 쇼크의 여진이 이어졌다. 달러·원 환율이 1500원선 부근까지 다시 오르면서 외국인 순매도 규모가 확대된 점도 지수 낙폭을 키운 요인으로 꼽힌다.

국내 요인으로는 삼성전자 파업 우려가 반도체 대형주 투자심리를 흔들었다. 삼성전자 노조 측이 사측과의 대화에 부정적인 메시지를 내면서 실제 파업 가능성을 우려한 매물이 더해진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시장에서는 이번 조정을 상승 추세 훼손보다는 속도 조절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AI 투자 확대와 메모리 업사이클 기대가 여전히 유효하고, 코스피 이익 추정치도 상향 흐름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8000선 돌파 이후 급락은 1만선 전망의 후퇴라기보다 단기 급등에 따른 과열을 해소하는 과정이라는 분석이다.

이승훈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워낙 단기간 급등한 요인이 있어서 차익실현이 나오고 있다. 많이 오른 것에 대한 반작용”이라며 “최근 전략 보고서에서도 2분기 실적까지는 계속 우상향할 것으로 전망했고, 현재 실적에 노이즈가 반영되는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송혜영 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