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민택 교수의 D-엣지]포용금융, 성장성과 건전성의 간극](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26/05/18/news-p.v1.20260518.c87526ff95ea4fecb163be8eaf2d8fc2_P1.png)
금융시장의 변동성과 사회경제적 격차가 확대되면서 포용금융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포용금융은 어느 누구도 소외받지 않고 필요한 금융 서비스에 공정하게 접근할 수 있는 사회적 안전망이다. 최근 수년 동안 디지털 전환으로 금융 접근성은 확대됐지만, 정작 가장 자금이 절실한 현장으로는 돈이 흐르지 않는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포용금융의 성패는 실제 경제 현장에 자금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연결되느냐에 달려 있다. 특히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금융에서는 성장성과 건전성 사이의 긴장 관계가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관리와 연체율 안정, 금융권 리스크 관리 등 건전성 강화를 강조하기 때문이다. 이는 금융시스템 안정 차원에서 불가피한 선택이기도 하다.
다만 현재의 건전성 체계는 담보와 재무제표, 예측 가능한 현금흐름과 연체 이력 등 과거 데이터 중심으로 설계돼 있다. 이런 구조에서는 이미 안정성이 검증된 차주가 유리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실제 현장은 다르다. 동네 식당과 지역 상권의 생존은 유동인구 변화와 소비 회전율, 단골 재방문율, 배달 주문 흐름, 임대료 납부 지속성 같은 영업 흐름에 더 크게 좌우된다.
기존 금융은 이러한 영업 흐름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금융회사들은 규제 부담을 줄이기 위해 안전한 차주와 수도권 중심 자산시장으로 자금을 집중하는 경향이 강해진다. 반면 변동성이 큰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는 점차 제도권 금융 밖으로 밀려나고 있다. 은행의 연체율과 BIS 비율은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돈이 돌지 않는다. 지금의 금융은 관리 가능한 대상에게만 자금을 공급하는 구조로 수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특히 자금 공급이 수도권 자산시장과 저위험 영역에만 집중될 경우 산업 구조의 다양성과 경제의 회복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금융이 지나치게 안정성 중심으로 움직일수록 경제 전체의 성장 동력 역시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지금 필요한 것은 단순한 정책금융 확대가 아니라 성장성과 건전성을 함께 담아낼 수 있는 금융 구조다.
대안 중 하나가 실물경제 연계다. 과거 금융이 담보와 자산 중심이었다면 앞으로는 실제 거래 흐름과 경제 활동을 함께 읽어야 한다. 실시간 카드 매출과 배달앱 주문 흐름, 전통시장 결제 데이터 및 소비 회전율 등을 종합하면 기존 신용등급만으로는 포착하기 어려웠던 소상공인의 실제 영업 상태와 회복 가능성까지 읽어낼 수 있다.
데이터가 축적되면 자금 공급의 방식도 달라지기 마련이다. 일정 수준 이상의 소비 흐름과 매출 안정성이 확인된 사업자에게는 보다 탄력적인 금융 지원이 가능해진다. 또 매출 급감과 소비 위축이 감지될 때는 연체 이전 단계에서 선제적 대응도 가능하다. 사후 부실관리 중심에서 사전 위험관리 체계로 이동하는 셈이다.
한국은 이러한 모델을 실현할 수 있는 조건을 이미 갖추고 있다. 높은 디지털 결제 보급률과 실시간 계좌이체 시스템, 디지털 행정 인프라가 대표적이다. 예를 들어 실시간 소비 흐름과 매출 데이터를 기반으로 특정 상권의 회복 속도나 업종별 매출 변화를 조기에 파악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연체 이후 대응이 아니라 유동성 공급과 만기조정, 정책 지원까지 선제적으로 연계하는 구조도 가능해진다. 이는 금융이 실물경제 운영 인프라로 기능할 수 있다는 의미다.
앞으로 금융의 경쟁력은 자산 규모보다 경제 흐름을 얼마나 정밀하게 연결하고 위험을 사전에 관리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AI와 데이터 기반 운영이 확대될수록 금융 역시 사후 부실관리 중심에서 사전 위험관리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 이러한 실물경제 연계형 구조를 K포용금융 모델로 발전시킬 수 있는 기반을 갖추고 있다.
송민택 한양대 경영전문대학원 겸임교수 pascalsong@han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