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게임 시장의 핵심 장르인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가 올해 상반기 숨 고르기를 마치고 하반기 대형 신작 경쟁에 돌입한다. 과도한 과금 경쟁과 유사한 중세 판타지 문법에 대한 피로감으로 주춤했던 시장이 새로운 세계관과 이용자 친화적 구조를 앞세워 다시 반등을 노리는 분위기다.
18일 게임 업계에 따르면 넷마블, 컴투스, 카카오게임즈, 스마일게이트, 넥슨, 위메이드 등 주요 게임사들은 하반기 MMORPG 신작 출시를 목표로 막바지 개발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주요 라인업은 △넷마블 '솔: 인챈트' △컴투스 '제우스: 오만의 신' △카카오게임즈 '오딘Q' △스마일게이트 '이클립스: 더 어웨이크닝' △넥슨 '프로젝트 T' △위메이드 '나이트 크로우2(가칭)' 등이다. 상반기 시장에 이렇다 할 대형 MMORPG 신작이 부재했던 만큼 하반기에는 장르 주도권을 둘러싼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과거 MMORPG 시장은 이른바 '리니지식 BM(수익모델)'으로 대표되는 고과금 경쟁 구조와 반복적인 중세 판타지 세계관에 대한 피로감이 누적되며 위기론이 제기됐다. 주요 게임사들도 서브컬처, 방치형, 콘솔·패키지 게임 등으로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나섰다.

다만 업계에서는 MMORPG 장르 자체의 경쟁력이 사라진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장기 라이브 서비스 기반의 안정적인 수익 구조 역시 강점으로 꼽힌다. 실제 최근 흥행 사례도 이를 뒷받침한다. 엔씨소프트는 '리니지 클래식'과 '아이온2' 흥행에 힘입어 올해 1분기 매출 5574억원을 기록했다.
하반기 신작 경쟁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세계관 차별화'다. 단순히 그래픽 경쟁을 넘어 이용자를 오래 붙잡을 수 있는 서사와 몰입감 확보가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컴투스의 '제우스: 오만의 신'은 그리스 신화를 기반으로 한다. 제우스와 올림포스 신들의 권력 구조를 중심으로 한 세계관을 MMORPG 서사에 접목했다. 언리얼 엔진5 기반으로 고대 신전과 초월적 공간 등을 구현해 시각적 몰입감도 강화했다. 카카오게임즈의 '오딘Q'는 전작 '오딘: 발할라 라이징'의 세계관을 확장한 작품이다. 북유럽 신화를 배경으로 심리스 오픈월드를 구현했으며, 라이온하트 스튜디오의 대규모 필드 연출 역량을 앞세운다.

넷마블 '솔: 인챈트'는 특정 신화를 차용하기보다 '신의 권능'을 시스템으로 풀어낸 점이 특징이다. 이용자가 서버 운영 정책과 콘텐츠 개방에 일부 영향을 줄 수 있는 '신권' 시스템을 핵심 차별화 요소로 내세웠다. 스마일게이트의 '이클립스: 더 어웨이크닝'은 낙원과 운명, 자유 의지 등을 주제로 한 다크 판타지 세계관을 강조한다.
과금 구조 변화도 핵심 관전 포인트다. 과거처럼 “이기려면 돈을 써야 한다”는 경쟁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보다 폭넓은 이용자층을 확보하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
게임사 관계자는 “이제 대형 MMORPG는 기술력만으로 차별화하기 어려운 시장이 됐다”며 “결국 이용자를 오래 붙잡을 수 있는 서사, 커뮤니티 운영, 과금 피로도를 낮춘 라이브 전략이 흥행을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은 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