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전 특수 노린 큰손들 베팅…에너지 주식 대거 사들였다

억만장자 헤지펀드 전설 스탠리 드러켄밀러. 사진=AFP
억만장자 헤지펀드 전설 스탠리 드러켄밀러. 사진=AFP

지난 2월 말 이란 전쟁 발발 이후 국제 유가가 급등한 가운데, 세계 최상위 부호들의 전용 자산관리 조직인 '패밀리오피스'가 올해 1분기 석유·가스·재생에너지 관련 주식을 대거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1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 공시(13에프)를 분석한 결과, 억만장자 투자자들의 패밀리오피스는 에너지 자산 비중을 크게 늘린 것으로 확인됐다.

스탠리 드러켄밀러의 듀케인 패밀리오피스는 중남미 에너지 기업 투자 확대에 나섰다. 아르헨티나 석유·가스 생산업체 와이피에프에 약 1900억원 규모 신규 지분을 매입했고, 멕시코 에너지 기업 비스타 에너지에도 새 투자 포지션을 구축했다.

조지 소로스의 소로스 펀드 매니지먼트는 재생에너지 기업 5곳에 신규 투자했다. 이 가운데 4곳은 태양광 기업으로, 티원 에너지와 어레이 테크놀로지스 등이 포함됐다.

포장재 기업 테트라팩 창업 가문 일부의 패밀리오피스는 미국 에너지주 보유량을 2배 가까이 늘렸다. 정유업체 마라톤 페트롤리엄과 액화천연가스 생산업체 셰니어 에너지 등을 편입했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공시에 언급된 에너지 기업들의 주가는 1분기 최대 55% 상승했다. 같은 기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가 하락한 것과는 대조적 흐름이다.

브라질 금융그룹 이타우 우니방쿠 배후의 모레이라 살레스 가문 운용사 비더블유 제스타우 역시 석유·가스 기업 10여곳 지분을 추가 매입했고, 태양광 업체 솔브 에너지도 포트폴리오에 담았다.

영국 런던 자문사 웨스트윅 멜로스 앤드 크롬웰의 질 에룰랭 최고경영자는 “과거 패밀리오피스 포트폴리오에서 원자재 비중은 크지 않았지만 세계 질서 변화로 상황이 달라졌다”며 “이제는 원자재를 본격적으로 이해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초부유층 자금이 지정학 리스크 대응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외 정책과 중동 긴장 고조 속에서 패밀리오피스들이 에너지뿐 아니라 방산주, 금속 자산 등 안전자산 성격 투자도 확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에너지 외 투자 변화도 확인됐다. 마이클 플랫의 블루크레스트 캐피털 매니지먼트는 금융 부문 투자 비중을 약 47% 늘리며 기업인수목적회사 중심 신규 투자 58건을 추가했다. 다만 관련 시장 회복 기대에도 합병 완료 기업들의 주가 흐름은 엇갈리고 있다.

데이비드 테퍼의 아팔루사는 엔비디아 지분을 줄였다. 실리콘밸리 멀티패밀리오피스 아이코닉은 블루 올 캐피털 지분을 확대했지만, 사모대출 시장 우려로 블루 올 주가가 하락하며 관련 평가손실이 약 1억8680만 달러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상목 기자 mrls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