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발 충격 확산…정부, K-푸드 물류·플라스틱 고용 방어 총력

국제유가가 급등한 지난 5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 유가정보가 표시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제유가가 급등한 지난 5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 유가정보가 표시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중동 전쟁 장기화 여파가 국내 산업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해상·항공 운임이 뛰고 원자재 가격까지 급등하자 정부가 농식품 수출과 제조업 고용 방어에 동시에 나섰다. K-푸드 수출기업에는 물류 지원을 확대하고 플라스틱·섬유업계에는 고용유지지원금과 특별고용지원업종 검토 카드를 꺼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1일 중동 수출기업 애로 해소를 위해 농식품 수출바우처 추경 사업비 72억원을 조기 집행한다고 밝혔다. 중동 수출실적 또는 중동 경유 수출실적을 우선 반영해 211개사를 선정했으며, 기업별 최대 지원금은 1억5000만원이다.

이번 지원은 물류 부담 완화에 초점을 맞췄다. 지원 사업비의 50% 이상을 물류 항목에 사용하도록 했고 위험 할증료와 우회 운임료, 화물 지체료, 회수·반송료까지 지원 범위를 넓혔다. 중동 전쟁 직후인 3월부터 발생한 비용도 소급 지원한다.

정부는 최근 중동 노선 운임 상승과 선복 부족이 장기화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수출기업들은 UAE 제벨알리항 대신 코르파칸항으로 우회 운송에 나섰고, 신선 과일은 높은 유류 할증료 부담에도 항공 운송을 유지하고 있다. 공급망 중단을 막고 거래 바이어 신뢰를 지키기 위해서다.

현장 지원도 확대했다. 농식품부는 K-푸드 원스톱 수출지원 허브의 외부 전문가를 기존 33명에서 53명으로 늘렸다. 중동 지역과 물류·외환·환리스크 분야 전문가를 추가 투입했다. 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두바이 지사와 함께 해상·내륙·항공 물류 동향도 매주 제공하고 있다.

실제 사우디로 쌀 수출을 추진한 재다는 냉장 컨테이너 입항 제한 문제를 겪었지만, 정부와 aT 두바이 지사의 항만 정보 지원을 받아 현지 바이어와 수출 일정을 조율했다.

중동 변수에도 K-푸드 수출은 증가세를 이어갔다. 올해 4월 누적 K-푸드 수출액은 35억83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4.7% 증가했다. GCC(걸프협력회의) 권역 수출은 1억5970만달러로 37.6% 늘었다.

정경석 농식품부 식품산업정책관은 “위기 상황 속에서도 K-푸드 수출이 선전할 수 있었던 것은 수출기업과 정부 지원 노력이 함께 작용한 결과”라며 “추경 예산을 속도감 있게 집행해 수출 현장 부담을 줄이겠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도 같은 날 권창준 차관 주재로 제8차 비상고용노동상황점검회의를 열고 플라스틱·섬유업계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중동발 리스크가 제조업 고용 불안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점검하기 위해서다.

플라스틱 업계는 주원료인 폴리에틸렌 가격이 전쟁 이전 대비 두 배 가까이 뛰었다고 호소했다. 고밀도 폴리에틸렌(HDPE)은 톤당 130만~140만원 수준에서 260만~280만원으로 상승했다. 저밀도 폴리에틸렌(LDPE)도 최대 300만원 수준까지 올랐다.

섬유 업계 역시 원료 가격 상승과 중동 수출 감소, 납기 지연에 따른 주문 취소 등 복합 악재를 겪고 있다. 업계는 원가 부담과 물류 차질이 장기화할 경우 중소업체를 중심으로 고용 불안이 확대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노동부는 고용유지지원금 지원 범위를 확대하기로 했다. 지난 6일부터 고무·플라스틱 제조업을 매출 감소 요건 없이 지원 대상에 포함했고 일부 부서 단위 휴업·휴직에도 지원할 수 있도록 기준을 완화했다.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 검토도 본격화한다. 정부는 지난 4일 지정 요건 산정 기간을 기존 12개월에서 6개월로 단축했다.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되면 고용유지지원금 한도 확대와 보험료 납부 유예 등 추가 지원이 가능하다.

권창준 고용노동부 차관은 “작은 징후가 큰 고용 충격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위기 가능성을 선제적으로 포착하겠다”며 “고용 불안이 확산하기 전에 면밀히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박효주 기자 phj20@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