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폰으로 말 얼굴을 촬영하면 개체 등록이 끝난다. 걸음걸이를 분석해 질환 가능성을 찾는 AI 기술도 등장했다. 공공데이터 개방을 계기로 말 산업이 동물복지 AI 산업으로 확장되고 있다.
한국마사회가 국내 스타트업과 함께 AI 기반 말 개체식별, 보행 이상 진단, 마방 모니터링 등 동물복지 기술 개발과 사업화를 확대하고 있다. 공공기관이 보유한 말 데이터를 민간에 제공하고 실증 환경까지 지원하는 방식이다.
마사회는 지난해부터 중소벤처기업부·창업진흥원·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와 함께 민관협력 오픈이노베이션 지원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최근에는 'AI 기반 원스톱 말 등록 디지털 서비스' 과제를 통해 말 개체식별과 등록 절차 디지털 전환을 추진 중이다.
기존 말 등록은 말의 머리와 다리 특징을 수기로 작성한 뒤 우편으로 등록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절차가 복잡하고 현장 부담도 컸다. 마사회는 민간 AI 기업과 협력해 생체정보 기반 개체식별 기술 도입에 나섰다.
스타트업 아이싸이랩(iSciLab)은 말·개·소 등을 대상으로 코무늬(비문), 안면, 체형 같은 고유 정보를 AI로 분석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스마트폰 카메라만으로 개체를 식별하고 등록·관리할 수 있는 구조다. 기존 마이크로칩 삽입 방식보다 비용과 절차 부담을 줄이면서도 활용 편의성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해외 일부 국가에서 사용하는 가학적 낙인(Branding) 방식 대체 가능성도 거론된다. 마사회는 해당 기술을 기반으로 '한국형 말복지 모델' 구축 가능성도 검토하고 있다.
AI 기술은 말 건강관리 영역으로도 확장되고 있다. 에이아이포펫(AI FOR PET)은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경주마 보행 영상을 AI로 분석해 이상 패턴과 비대칭 움직임을 감지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수의사의 파행 진단 과정을 디지털 기반으로 보조하는 방식이다. 숙련된 수의사의 경험 의존도가 큰 영역이었지만 AI 분석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데이터를 기반으로 이상 움직임을 조기에 탐지할 수 있게 됐다. 경주마뿐 아니라 승용마와 반려동물 분야까지 확장 가능성도 거론된다.

공공기관이 단순 지원기관을 넘어 'AI 테스트베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띈다. 말 영상과 행동 데이터를 민간 기업에 제공하고 실제 현장 실증 환경까지 지원하면서 사업화를 돕는 구조다. 온텔리에이아이와 EQ소프트는 신규 사업자등록 지원을 받았다. 림피드(LIMPID·구 펫페오톡)는 말과 반려동물 헬스 정보를 연결하는 데이터 기반 헬스커뮤니케이션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경마장과 동물병원 실증(PoC)을 통해 기술 검증을 진행했고 관련 특허도 출원했다.
실비아헬스는 AI 기반 인지 건강 관리 솔루션을 활용해 승용마 행동 변화와 인지 상태를 분석하는 기술 실증을 추진 중이다. 기술마켓 혁신제품 등록도 검토하고 있다. 코스맥스펫은 검역본부의 동물용의약외품 규정 개정을 계기로 승용마 대상 제품 시장 진출 기반을 확보했다. 마사회는 현재까지 창업기업 신규 발굴 35건과 우수 창업기업 7건 선정을 진행했다.
이 같은 기술은 국제무대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한국마사회와 스타트업이 공동 개발한 AI 기반 동물복지 기술은 작년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이 주관하는 'AI for Good Global Summit 2025' 공식 발표 사례로 선정됐다. 국내 사례가 공식 세션에 초청된 것은 처음이다.
마사회는 AI 에이전트·증강현실(AR) 기반 말산업 도슨트 서비스도 추진할 계획이다. 관람객이 스마트폰으로 전시물을 비추면 AI가 승마 기초와 말 행동, 사양관리, 말복지 정보를 설명하는 방식이다. 말산업을 체험형 콘텐츠 산업으로 확장하려는 시도다.
한국마사회 관계자는 “공공데이터와 민간 기술력을 결합해 동물복지와 산업 혁신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며 “스타트업과의 협력을 통해 말산업 기반 AI 생태계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효주 기자 phj20@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