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 노사가 임금협약에 최종 합의했다. 극적으로 파업 위기는 넘겼지만, 재계와 노동계에 남긴 숙제가 적지 않다는 평가다.
삼성전자와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교섭단은 27일 2026년 임금협약 조인식을 진행했다. 22일 시작돼 이날 오전 10시에 종료된 투표에는 전체 투표 인원 6만5593명 중 6만2616명(투표율 95.5%)이 참여해 4만6142명(73.7)%이 찬성표를 던졌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파업 리스크를 일단락하고, 차질없는 반도체 생산 등 경영 안정화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여명구 삼성전자 DS 피플 팀장(부사장)은 “임금협약 타결을 시작으로 노사가 한 마음이 되어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최승호 삼성전자 초기업노조 위원장은 “노사가 장기간 대화와 논의를 이어간 끝에 의미 있는 합의에 도달했다”며 “근로조건 개선과 권익 향상을 위해 지속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삼성전자 사장단은 향후 5년간 총 5조원을 조성해 '상생 및 건전한 생태계 조성'과 '미래 인재 육성'에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삼성전자 사장단은 “2, 3차 중심의 중소 협력사 지원과 산업재해기금 조성, 취약계층과 영세자영업자를 위한 포용적 금융 확대, AI인재 육성을 위한 산학협력, 그리고 청소년 교육 등을 검토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기여 방식은 이사회와 준법감시위원회의 논의를 거쳐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규모 사회적 투자로 분위기 전환을 꾀하는 동시에, 경영 쇄신 의지를 대내외에 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삼성전자 노사가 갈등을 수습했지만 사업부문간 차별 논란과 주주 반발 등 해결해야 할 과제 또한 적지않다는 평가다.
당장 투표에서 노조별 찬성률이 극명하게 엇갈렸다. DS부문 소속 직원이 대다수인 초기업노조에선 투표에 참여한 5만5333명 가운데 80.6%인 4만4606명이 잠정합의안에 찬성한 반면에 가전·스마트폰 등 DX부문 직원들이 주축인 전삼노에선 투표 참여자 7283명 중 21.1%에 불과한 1536명만이 찬성했다. 메모리 사업부 위주 보상 체계 성과급 차이를 둘러싼 불만이 표결 과정에서 표출된 것으로 풀이된다.
전삼노는 잠정합의안 가결 직후 초기업노조 중심으로 불거진 DS·DX 분리교섭론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전삼노는 “경계해야 할 대상은 옆의 동료가 아니라 우리의 힘을 분산시켜 사업부별로 경쟁하게 만드는 구조”라고 밝혔다. 이어 “DX 구성원들이 느낀 소외감과 DS 내부 메모리·비메모리(S.LSI·파운드리) 간 보상 체감 차이로 인한 박탈감은 모두 정당한 문제의식”이라고 지적했다. 성과와 기여를 투명하고 공정하게 설명하지 못한 불합리한 구조가 여전히 문제로 남았다는 것이다.
이날 노태문 삼성전자 사장(DX부문장)은 DX부문 임직원에게 메일을 보내 다독였다.
노 사장은 “임금협상 과정과 결과로 인해 많은 분들이 소외감과 박탈감, 회사에 대한 실망과 서운함을 느끼셨으리라 생각한다”며 “사업 환경과 업황 차이가 부문별로 다른 결과로 이어지는 상황에 부문장으로서 안타까움과 책임감을 느낀다”고 언급했다. 이어 “DX부문 경쟁력을 회복하고 다시 성장의 흐름을 만들어내는 일에 더 열심히 임하겠다”고 덧붙였다.
재계 역시 삼성전자 노사가 파업을 피한 것을 환영하는 동시에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영업이익과 연동된 성과급 보상이 산업계 전반으로 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임단협 결과가 계열사는 물론 타 산업군에서도 협상 기준이 될 수 있다”며 “진짜 시험대는 이제부터”라고 말했다. 임금협상이 타결되지 않은 삼성 계열사는 물론 현대차, LG유플러스, 카카오 등 타 산업으로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 분배 요구가 빗발칠 것이라는 우려다.
김시소 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