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사이트]고영선 한국교육개발원장 “AI가 답한다면 교육은 질문을 가르쳐야”

고영선 한국교육개발원장. (사진=한국교육개발원)
고영선 한국교육개발원장. (사진=한국교육개발원)

“AI 시대 교육개혁 핵심은 지식 평가가 아닌, 사고력 평가로의 전환입니다.”

고영선 한국교육개발원장은 AI 시대 교육의 핵심 과제로 교과과정 경량화와 평가 혁신, 교원 역량 재설계를 꼽았다.

그는 먼저 현재 교육과정이 지나치게 많은 내용을 담고 있다고 진단했다. 학생들이 생각하고 토론할 시간을 확보하려면 교과과정을 과감히 줄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고 원장은 “지금의 교육과정은 너무 복잡하고 양이 많다”며 “교사가 학생들의 수준과 역량에 맞춰 수업을 설계할 수 있도록 교과과정을 경량화하고 학교 현장에 더 많은 자율성을 부여해야 한다”고 짚었다.

그는 지식 전달 중심 수업에서 벗어나 학생 스스로 질문하고 탐구하는 교육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과과정 개편과 함께 가장 시급한 과제로 평가 혁신을 제시했다. AI가 보편화된 시대에도 학교 현장은 여전히 4지선다형과 지필고사 중심 평가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대안으로는 국제 바칼로레아(IB)와 유사한 체계를 언급했다. 객관식과 서술형 평가를 병행하고, 교사 재량 평가를 공통 기준과 사후 검증 체계로 보완하는 방식이다.

그는 “AI가 단편적 지식을 얼마든지 제공할 수 있는 시대에는 단순 암기가 아니라 사고력과 문제 해결 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며 “장기적으로 내신과 수능도 서·논술형과 절대평가 중심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질문 능력에 대한 새로운 해석도 제시했다. 고 원장은 좋은 질문을 △문제의 본질을 파고드는 통찰력 있는 질문 △기존 답을 의심하는 비판적 질문 △기계가 하기 어려운 창의적 질문 △질문을 연결해 새로운 체계를 만드는 질문으로 정의했다.

특히 그는 좋은 질문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며 '오랫동안 문제를 붙들고 고민하는 끈기'가 결국 좋은 질문과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든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변화가 가능하려면 교원 역량 재설계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봤다. AI가 개인 맞춤형 학습을 제공하더라도 교육의 동기와 성장 과정은 결국 인간적 관계 속에서 형성되기 때문이다.

고 원장은 “사람은 존경하고 따르고 싶은 사람에게서 가장 잘 배운다”며 “좋은 AI는 훌륭한 수단이 될 수 있지만 배움은 결국 교사와 학생 사이의 관계를 전제로 이뤄진다”고 말했다.

AI 시대 교사에게 필요한 역량에 대해서는 교과 지식보다 인간에 대한 이해와 사회·정서적 역량을 꼽았다. 교사의 비인지적 역량과 사회정서 역량을 길러주는 방향으로 교원 교육 체계를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고 원장은 “현재 교대와 사범대는 무엇을 가르칠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앞으로는 교사가 학생을 어떻게 가르치고 소통할 것인지에 대해서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지혜 기자 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