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텍과 서울대 연구팀이 공동으로 이차전지 충전과 방전을 반복해도 쉽게 부서지지 않는 고강도 실리콘 소재를 개발했다. 전기 배터리의 고질적 한계를 뛰어넘는 신소재 개발이라는 평가다.
포스텍(POSTECH)은 박수진 화학과 교수와 제민준 박사가 최장욱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교수팀, LG에너지솔루션과 함께 새로운 실리콘 배터리 소재를 개발했다고 1일 밝혔다.
지금까지 전기차 배터리 음극재로 가장 많이 쓰인 소재는 흑연이지만 흑연은 저장할 수 있는 에너지의 양이 이미 이론적 한계에 다다랐다. 그래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이 바로 실리콘이다.

실리콘은 흑연에 비해 최대 10배 많은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어 '꿈의 소재'로 불려왔다. 문제는 실리콘이 충·방전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부피가 무려 300%까지 부풀었다 줄어든다는 점이다. 배터리 성능이 빠르게 떨어지고, 수명이 짧아지는 것이 실리콘 음극재 상용화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연구팀은 반복적인 부피 변화를 버텨내는 강도에 주목했다. 단단하면서도 쉽게 금 가지 않는 구조, 즉 깨지지 않는 유리가 아니라 구부러져도 돌아오는 금속 같은 특성이 필요했다.
연구팀은 실리콘 산화물 내에 32㎚ 크기 불화리튬(LiF) 결정을 정밀하게 배치했다. 이는 결정 크기가 작아질수록 강해지지만, 또 지나치게 작아지면 오히려 약해지는 '홀-페치(Hall-Petch) 법칙'과 '역 홀-페치 효과'를 응용한 것이다. 연구팀은 여기에 이온은 잘 통과시키고, 전자는 빠르게 이동시키는 특수 코팅층을 입자 표면에 더해 급속충전 성능까지 잡았다.

실험 결과, 연구팀이 개발한 소재는 충·방전 과정에서 부피 변화가 18.9% 수준에 머물렀다. 실제 전지 평가에서도 10~80% 충전 기준 20분 급속충전 조건으로 1000회 이상 안정적으로 작동했다. 1.26Ah(암페어시)급 파우치형 배터리에서도 500회 이상 정상 구동을 확인했으며, 에너지 밀도는 1㎏당 402Wh(와트시), 부피 기준으로는 1ℓ당 1125Wh를 기록했다. 이 기술이 실제 전기차에 적용되면 한 번 충전으로 약 1000㎞ 주행이 가능한 전기차 개발에도 기여할 수 있다
박수진 교수는 “실리콘 음극재가 부서지는 문제를 '강도'와 '영률'을 동시에 높이는 방식으로 해결했다”라며 “고에너지 밀도와 급속충전을 만족하는 차세대 배터리 상용화를 앞당기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서울대 공학연구원·이차전지혁신연구소·신소재공동연구소, LG에너지솔루션 오픈액세스 출판 비용 지원을 받았다.
포항=정재훈 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