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진의 AI전략노트]〈29〉중국의 인공지능 발전, 대한민국은 어디 있는가

2026년 5월 28일, 중국 톈진(天津). 남개대 류강(??) 교수가 무대에 올랐습니다. “인공지능(AI)의 심층 응용이 '지능경제 신형태(智能?济新形?)'를 탄생시키고 있다.” 그가 발표한 '중국 신세대 인공지능 과학기술 산업 발전 보고서 2026'의 결론입니다.

비슷한 시각 서울에서는 과기정통부가 GPU 1만5000장 추가 확보를 위한 2조원대 사업을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인천과 위해(威海)는 닭 울음소리가 들릴 만큼 가깝습니다. 그 가까운 두 나라가 AI에서 어디쯤 서 있는지 가늠해 보려고 이 글을 씁니다.

숫자가 눈에 확 들어옵니다. 류강 교수의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내 AI 기업은 6000개를 넘었고, 산업 규모는 1조2000억위안, 약 230조원에 이릅니다. 2025년 대비 30% 가까운 성장입니다. 지능 산력(算力)은 2020년 75EFLOPS에서 2026년 1590EFLOPS로 6년 사이 21배 부풀었고, IDC는 2028년에 2781.9EFLOPS를 내다봅니다. AI 특허 보유량은 세계의 60%. 중국산 오픈소스 대형언어모델의 글로벌 누적 다운로드는 100억회를 넘었습니다.

산업과의 융합도 묵직합니다. 중앙기업(央企) 16개 핵심 산업에 800건이 넘는 AI 배치가 이뤄졌습니다. 국가전력망(国家?网)은 송전 손실을 1.2%포인트 줄였고, 중국석유화공(中国石化)은 가스 발견 주기를 18개월 단축했습니다. 가전기업은 5G+AI 시각 검측으로 정확률 99.98%, 1인당 생산 효율 275% 향상을 기록했습니다.

딥시크(DeepSeek) V4가 상징하는 무게가 만만치 않습니다. 2026년 4월에 나온 V4는 1.6조 파라미터의 Pro와 284B의 Flash라는 이중 구조, 100만 토큰 컨텍스트를 갖춘 채 화웨이 승등(昇?), 한무기(寒武?), 모얼선청(摩尔线程) 등 중국산 칩 4종에 탑재를 마쳤습니다. 훈련 비용은 GPT-5의 100분의 1 수준. 미국 AI가 폐쇄형 모델로 가는 사이, 중국은 '오픈소스+중국산 AI 칩'이라는 두 갈래 전략을 현실로 만들었습니다. 로봇 몸에 AI를 심는 '체화 지능(Embodied AI)'도 2026년 들어 본격 궤도에 올랐습니다.

우리 대한민국도 손을 놓고 있지는 않습니다. 2026년 AI 예산은 9조9000억원, 전년 대비 3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스탠퍼드 'AI 인덱스 2026'에서 한국은 종합 4위, 옥스퍼드 정부 AI 준비도에서 세계 5위에 올라 있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HBM은 글로벌 AI 인프라의 심장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문제는 깊이와 폭입니다. 중국은 AI 연산 능력을 EFLOPS라는 단위로 말합니다. 1EFLOPS는 1초에 100경번 계산하는 능력입니다. 중국이 이 단위로 1590을 이야기할 때, 우리는 그래픽 카드(GPU) 1만장, 2만장 단위로 셉니다. 체급 자체가 다릅니다. 인재도 비슷합니다. 한국을 떠나는 AI 전문가가 한국으로 들어오는 AI 전문가보다 많아진 지 오래됐습니다. 대학의 AI 학과 정원도, 연구개발 투자 비중도 세계 선두 그룹에 미치지 못합니다. HBM 하나만 세계 1등입니다. 모델도, 데이터도, 인프라도, 인재도 우리는 2부 리그입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만드는 HBM 메모리는 분명히 세계 최고입니다. 다만 AI는 모델, 데이터, 인프라, 인재가 사슬처럼 이어져야 굴러갑니다.

더 두려운 점은 중국의 미래 구상입니다. '지능 요소(智能要素)'가 산업 시스템 전체를 다시 짠다는 중국의 구상은 정부, 기업, 연구소, 자본이 하나로 묶인 국가 전략입니다. 600억위안 산업기금, 40여건의 표준, 7nm 양산 목표, '15-5' 5개년 계획이 모두 한 방향을 가리킵니다. 우리에게도 정책은 있습니다. 다만 산업과 자본과 기술이 한 방향으로 결속되는 단단함은 아직 부족합니다.


각성과 분발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중국의 로봇산업, AI 산업이 눈부시게 자라는 모습을 지근거리에서 지켜보면서,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넉넉하지 않다는 점이 점점 분명해집니다.

김경진 전 국회의원
김경진 전 국회의원

김경진 전 국회의원 2016kimkj@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