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노조 쪼개진다...노사 관계 '후폭풍'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모습.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모습.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초기업노조가 과반노조(법적 근로자대표) 지위 상실 위기에 몰렸다. 조합원 이탈이 가속돼 이번 주 가능성이 높다. 내부 균열이 가시화되면 삼성전자 노사 관계 지형이 재편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3일 기준 삼성그룹 초기업노조 삼성전자 지부 조합원 수는 6만5000명대로 줄었다. 과반 노조 지위를 유지하려면 6만4500명 선을 지켜야 한다. 최대 7만6000여명 이던 노조원이 임금협상 타결을 전후해 1만명 가량 줄었다.

반면, 2·3노조는 몸집을 불리고 있다. 5월 기준 DX부문 중심 동행노조와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은 각각 2만명 이상 늘었다. 특히, 동행노조는 4월보다 10배 가량 세를 불렸다.

초기업노조 조합원 이탈 배경에는 성과급 등 임금협상에서 배제된 DX부문 조합원과 DS부문 비(非)메모리 파트 불만이 자리한다. 메모리 중심으로 협상이 지속돼 DX부문과 비메모리 사업부 이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초기업노조는 임금협상 가결 직후 DX부문과 비메모리 파트 조합원 이탈을 막기 위한 조치를 시행했지만, 감소세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초기업노조는 이달 전영현 DS부문장(부회장)과 노태문 DX부문장(사장)을 상대로 △임금협약 문의 전담자 배정 △FAQ 공지 등을 요구했다. 또, 4일까지 전영현 부문장, 한진만 파운드리 사업부장, 박용인 S.LSI 사업부장, 홍석준 CSS사업팀장 면담을 요청했다.

삼성전자 직원은 “초기업노조가 비메모리 파트 처우 개선과 사업 방향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요구하고 있지만 사측과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며 “임금협약이 마무리 됐지만 내부에서는 조합원 불만이 여전히 높은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소개했다.

법적 변수도 대기 중이다. 동행노조가 신청한 '2026년 임금교섭 잠정합의안' 투표효력정지 가처분 결정이 이달 중순 나올 예정이다.

동행노조는 “초기업노조가 (동행노조에) 찬반투표에 참여해달라고 요청했는데 갑자기 번복해 투표권이 없다고 통보를 했다”며 “공동교섭단에 참여한 소수 노조를 배제하는 것은 법률상 허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반면, 초기업노조는 동행노조가 잠정합의 이전 공동교섭단에서 탈퇴했기 때문에 투표 권한이 없다는 입장이다. 가처분 결과가 기각으로 나오더라도 갈등의 골이 깊은 상황이다.

3파전으로 재편되는 노조 분열이 삼성전자에 장기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파업을 불사한 올해 사례가 선례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동행노조는 이달 10일부터 집단행동을 예고했다. 단체 연차 사용, 특허 출원 거부, 사내 행진 등 다양한 방안이 거론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초기업노조 역시 과반 지위를 지키지 못할 경우에 보다 강력한 투쟁 노선을 선택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재계 관계자는 “세 노조가 경쟁적으로 강경화하는 시나리오는 삼성전자 노사관계에 전례없는 압박”이라고 말했다. 파업 직전까지 치달았던 올해 상황이 내년에는 더욱더 복잡한 양상으로 격화될 수 있다는 우려다.

김시소 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