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대통령, 취임 1주년 기자회견] “초과이윤 논쟁 국제적 논의 필요”…“배분 논의 자칫 경쟁력 훼손할 수 있어”

이재명 대통령이 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반도체 산업 호황에 따른 초과이윤과 초과세수 활용에 대해 “피할 수 없는 미래 의제”라며 “성급한 제도화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기업의 초과이윤을 사회적으로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를 둘러싼 논쟁이 향후 세계 경제의 핵심 과제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 대통령은 8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초과세수 활용 방안과 초과이윤 활용 방안은 전혀 다른 문제라고 전제한 뒤, 최근 반도체 산업을 중심으로 제기된 초과이윤 논쟁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이 대통령은 최근 삼성전자 노사 간 영업이익 배분 논란을 언급하며 “과거에는 회사가 이익을 많이 내면 임금을 올려달라는 요구가 일반적이었지만 이제는 영업이익 자체를 나눠 갖자는 요구가 등장했다”며 “우리 사회가 전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과거와 달리 일부 첨단기업의 영업이익률이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까지 높아지고 있다는 점을 주목했다. “영업이익률 10%만 넘어도 훌륭한 기업이라고 평가받던 시대였는데 이제는 50%, 70%를 넘는 기업도 등장하고 있다. 과거에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상황이 현실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초과이윤의 귀속 문제를 둘러싼 사회적 논쟁이 불가피하다고 봤다. 기업의 성과가 단순히 주주나 경영진의 몫만은 아니라는 해석이다. “노동자들의 기여도 있고 투자자들의 몫도 있다”면서도 “국가가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세제 혜택과 보조금을 지원한 부분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결국 국민이 낸 세금으로 기업을 지원한 측면도 있는데, 초과이윤을 어디까지 기업의 몫으로 볼 것인지는 중요한 사회적 과제”라고 말했다.

다만 이 대통령은 초과이윤에 대한 사회적 환수나 배분 논의가 자칫 산업 경쟁력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그는 “기업 입장에서는 예측 가능성이 중요하다”며 “영업이익이 많이 나면 그때마다 일정 부분을 사회적으로 나누라고 요구하는 방식은 매우 불안정한 제도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법인세 인상 문제와도 유사한 측면이 있다”며 “기업들이 미래 투자 계획을 세우는 데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글로벌 경쟁이 치열한 첨단산업 분야에서 국가 단위 접근의 한계도 강조했다. “우리나라만 먼저 초과이윤 환수 제도를 강하게 도입하면 해외 기업들이 한국 투자를 주저할 수 있다”며 “국내 기업 역시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문제는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 전 세계가 함께 논의해야 할 국제적 의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또 인공지능세나 로봇세 논쟁을 예로 들며 미래 사회에서는 생산성 향상으로 발생하는 초과이익을 어떻게 분배할 것인지가 중요한 정책 과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실리콘밸리에서 제기됐던 기본소득 논의도 결국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것”이라며 “기술 발전이 만들어내는 막대한 이익을 사회 전체와 어떻게 공유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현실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지금은 관련 산업이 성장하는 단계”라며 “새싹이 겨우 자라나고 있는데 이를 밟아버리는 결과가 나와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논의 자체를 외면할 수는 없지만 매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초과세수 활용 문제에 대해서는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투자에 집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초과세수를 일반 세수처럼 모두 재정지출에 사용하는 방식에 대해 “형편이 좋을 때 미래를 대비하지 않는 것은 정책이 아니라 단순한 지출”이라며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국가채무 상환에 우선 활용하자는 주장에 대해 “빚이 없는 것이 항상 최선은 아니다”고 말했다. 현재 한국 경제가 저성장 국면에 진입한 상황에서 단순한 부채 축소보다 성장 잠재력 확충이 더 중요하다고 내다봤다.

이 대통령은 “국가의 잠재성장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며 “지금 가장 중요한 과제는 성장 잠재력을 회복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반도체와 같은 새로운 산업을 육성하고 민간이 하기 어려운 분야에 국가가 전략적으로 투자해야 한다”며 “청년 세대와 미래 세대를 위한 장기 투자에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정치연 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