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박 바르고, 이마에 문신하고… 오징어게임 된 '밈 코인' 미션

이마에 문신을 하는 미션을 수행한 인도 남성. 사진=엑스 캡처
이마에 문신을 하는 미션을 수행한 인도 남성. 사진=엑스 캡처

암호화폐(가상화폐) 시장에서 가학적인 미션을 내건 마케팅이 이어지고 있어 도덕적 해이가 극으로 치닫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행태가 가난한 사람들을 오락거리 삼는 '오징어 게임' 같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최근 코인 전문매체 코인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솔라나 기반 밈코인 런치패드 플랫폼 '펌프펀'이 기상천외한 홍보 활동에 현금이나 보상금을 지급하는 오픈 바운티 플랫폼을 도입해 대중들의 도마 위에 올랐다. 밈코인 티커(종목명)를 몸에 문신으로 새기거나 생방송 중 직장을 그만두는 등 자극적이고 가학적인 행위를 조장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펌프펀 측은 공식 채널을 통해 “누구나 원하는 작업에 보상금을 걸고, 전 세계 참가자들의 자원과 자금을 활용할 수 있는 개방형 마켓플레이스를 출시했다”고 밝혔다. 참가자가 미션을 수행해 결과물을 제출하면 펌프펀의 검토를 거쳐 에스크로 계좌에 예치된 보상금이 지급되는 구조다.

현재 플랫폼에 등록된 미션 중 가장 높은 보상금이 걸린 것은 '밈코인 마스코트 복장으로 월드컵 경기장에 스카이다이빙 하기'로, 무려 5만7000달러(약 8690만원)의 보상금이 책정됐다. 이 외에도 '생방송 카메라 앞에서 직장 사직하기'에 3000달러(약 460만원)가 걸리는 등 자극적인 미션들이 즐비하다.

특히 논란이 되는 것은 참여자의 신체나 안전을 담보로 하는 과격한 미션들이다. 한 미션은 차량에 특정 코인 티커를 스프레이로 칠한 뒤 불을 붙여 폭발시키는 조건으로 3572달러(약 540만 원)를 제시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자신의 이마에 특정 코인 티커를 문신으로 새기는 미션이다. 2630달러(약 400만원)의 상금이 걸린 이 작업에 이미 4명의 참가자가 문신 시술 과정을 영상으로 인증해 보상을 받아 간 것으로 확인됐다.

인도에 거주하는 아리부라는 남성 역시 이 미션에 참가했다. 그는 미션에 적힌대로 이마에 '$boutywork'라는 문구로 문신은 새기고, 보상금을 받아갔다. 그러나 해당 업체가 실제 홍보하려고 했던 문구는 '$bountywork'로, 철자가 달랐다.

이 같은 실수는 '바이럴 노이즈 마케팅'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아리부는 애초에 오타인 '$boutywork'으로 미션을 받았다. 이후 그가 새긴 '$boutywork'로 밈 코인이 만들어졌고, 해당 밈 코인은 거래 몇 시간만에 시가총액은 37만 3000달러(약 5억 6880만원)까지 불어났다. 아리부 역시 거래 수수료로 약 2만 9000달러(약 4420만원)를 벌어들였다. 이처럼 자극적인 서사로 화제를 모은 뒤 코인 가격을 부풀렸다가 폭락시키는 수법은 밈코인 시장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된다.

이 플랫폼에서 벌어지는 비윤리적인 행위는 이뿐만이 아니다. 한 남성에게 돈을 주고 온몸에 수박을 바른 채 “나는 수박맨”이라는 대사를 1만 번 반복하게 하거나, 심지어 69만 달러(약 10억 5220만원)라는 거액의 현상금을 걸고 극단적 선택을 유도하는 과제를 제시하는 등 반인륜적인 행태가 연일 이어져 거센 비판을 받았다.

과거 암호화폐 커뮤니티의 홍보 활동이 '밈 제작'이나 '트윗 공유' 수준에 그쳤다면, 이제는 영구적인 신체 변형, 공개적인 망신, 심지어 현실 세계의 범죄 및 혼란을 야기하는 행위로 변질되고 있다.

이 같은 막장 행태에 암호화폐 커뮤니티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한 투자자는 “대중에게 암호화폐가 건전한 산업이라고 어떻게 설득할 수 있겠느냐”며 “현상금 플랫폼들이 암호화폐 시장을 괴기스러운 불법 인력 시장으로 전락시키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온라인에서는 “끔찍한 시장이다. 가난한 사람들의 인생을 가지고 놀면서 돈을 주고 오락거리로 삼고 있다” “현실판 오징어 게임을 보는 것 같아 불쾌하다” 같은 반응이 이어졌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