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소비재 안먹히는 할랄 시장, 韓 기업은 '인증', 현지 바이어는 '조건'

오뚜기 할랄 진라면 인도네시아 현지 대형마트 내 전용 매대
오뚜기 할랄 진라면 인도네시아 현지 대형마트 내 전용 매대

글로벌 할랄 소비재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우리 기업과 해외 바이어 간 인식 차이가 수출 확대의 제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시장 진입을 위해 국내 기업들은 '할랄 인증'에 매달리는 반면, 실제 지갑을 여는 현지 바이어들은 가격과 품질 등 실질적인 '거래 조건'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무역협회가 11일 발표한 '할랄 소비재 시장 교역 구조와 진출 여건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글로벌 할랄 소비재 수입시장은 약 4000억달러 규모에 달한다. 핵심 시장으로는 아랍에미리트(UAE, 16.0%), 사우디아라비아(13.1%), 튀르키예(11.8%), 말레이시아(9.1%), 인도네시아(9.1%) 등 5개국이 꼽힌다.

하지만 이 거대한 시장에서 한국산 제품의 점유율은 약 0.9% 수준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전체 소비재 수출 중 할랄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2025년 기준 9.4%로 최근 10년간 뚜렷한 성장 없이 정체된 흐름을 보이고 있다.

보고서는 이 같은 진출 정체의 주된 배경으로 양측의 엇갈린 시각을 지목했다. 무협이 국내 소비재 수출기업 430개사와 현지 바이어 47개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국내 기업들은 진출의 핵심 요소로 '할랄 인증 확보(32.5%)'를 1순위로 꼽았다. 반면 바이어들은 가격, 품질, 공급 안정성을 거래의 핵심으로 꼽았으며, 할랄 인증은 그저 시장 진입을 위한 기본 요건일 뿐이라고 응답했다. 실제 거래 성사는 제품 자체의 경쟁력이 좌우한다는 의미다.

할랄 시장을 단일 시장으로 보는 획일적인 접근도 문제로 지적됐다. 국가별로 소비 특성과 유통 구조가 다른 '복합 시장'이기 때문이다. UAE와 사우디아라비아는 프리미엄과 품질 중심의 소비가 특징이며, 튀르키예는 실속형 소비와 공급사와의 관계를 중시한다. 반면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는 가성비를 따지며 온라인 소비가 확대되는 추세다. 특히 인도네시아는 올해 10월부터 할랄 인증을 전면 의무화해 철저한 사전 대비가 필수적이다.

강성은 무협 수석연구원은 “K-컬처 확산으로 할랄 소비자들의 한국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는 지금이 시장 확대의 적기”라며 “단순 인증 확보를 넘어 현지 바이어가 중시하는 실질적인 경쟁력을 강화하고, 국가별 소비 특성과 유통 구조에 맞춘 정밀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영국 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