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 FIFA 월드컵에서 경기 중 의무적으로 시행되는 '쿨링 브레이크'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선수들의 컨디션 관리를 위한 조치라는 설명과 달리, 미국 방송사들이 해당 시간을 광고 편성에 활용하면서 팬들 사이에서는 “경기 흐름마저 상업화됐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1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2026 월드컵을 맞아 미국을 찾은 해외 축구 팬들은 미국식 바비큐와 교통 체증, 텍사스의 폭염뿐 아니라 경기 중 광고가 삽입되는 독특한 중계 방식까지 접하게 됐다.
이번 대회에서는 전반 약 22분, 후반 약 67분 전후에 경기가 잠시 멈춘다. 월드컵 역사상 경기 도중 정기적인 휴식 시간이 의무화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혹서기 환경에서 선수들이 수분을 섭취하고 체력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미국 현지 중계에서는 이 시간이 사실상 광고 슬롯으로 활용되고 있다. 미국 내 영어 중계권을 가진 폭스스포츠는 휴식이 시작되자 경기 화면 대신 맥주 브랜드와 스포츠 베팅 업체 광고 등을 내보냈다.
실제 개막전에서는 전반 중간 휴식 때 '파워에이드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 안내 영상 직후 여러 편의 광고가 연이어 방영됐다. 후반 휴식 때는 광고가 더 길어져, 생중계 화면이 복귀했을 때 이미 경기가 재개된 뒤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디디에 데샹 프랑스 대표팀 감독은 대회 개막 전 “그 몇 분의 중단이 경기 리듬을 완전히 끊어놓는다”며 “선수들은 적응해야겠지만 방송사 입장에서는 반길 일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팬들의 반응도 싸늘했다. 경기 직후 SNS에는 경기 몰입감을 해치는 광고 편성에 대한 비난이 잇따랐다. 다큐멘터리 감독 랜디 윌킨스는 “경기에 빠져들려는 순간 모든 것이 결국 수익 창출 목적이라는 사실을 상기시킨다”며 실망감을 드러냈다.
쿨링 브레이크는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당시 처음 도입됐다. 당시에는 기온이 섭씨 32도를 넘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적용됐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날씨와 무관하게 모든 경기에서 실시되고 있다.
실제로 미국 대표팀의 첫 경기 당시 휴식이 진행된 시점의 현지 기온은 약 21.7도에 불과했다. 미국 대표팀 사령탑 마우리시오 포체티노는 “극심한 더위 같은 특수 상황에서만 필요한 제도”라며 “환경이 양호하다면 굳이 시행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축구계 안팎에서는 선수 보호라는 명분 이면에 상업적 목적이 자리 잡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총 104경기가 열리는 이번 월드컵에서 전·후반마다 추가된 휴식 시간이 모두 광고에 활용될 경우, 대회 전체 기준으로 10시간이 넘는 신규 광고 물량이 확보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전 ESPN 임원 출신 스포츠 미디어 컨설턴트 존 코스너는 “FIFA와 방송사가 사실상 축구 경기를 4개 구간으로 분할한 셈”이라며 “매우 높은 가치를 지닌 광고 공간을 새롭게 만들어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원지 기자 news21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