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對)이란 전쟁 여파로 세계 주요 에너지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의 통행 비용 문제가 국제적인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 협상을 완료했으며 호르무즈 해협의 '영구적 무상 운항'을 선언했으나 하루 만에 이란 정부가 서비스 제공에 따른 '수수료' 부과 방침을 시사하면서 국제 해운업계의 긴장이 고조되는 모양새다.
1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이란은 선박에 대한 통행료(Tolls) 징수를 추구하지 않는다”면서도 “다만 영해 내에서 제공되는 서비스에 대한 수수료(Fees)는 부과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 당국은 환경 부담금 등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으나, 구체적으로 어떤 서비스가 제공되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국제사회와 해상법 전문가들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국제법상 천연 해협에서의 통행료 징수는 엄격히 금지되어 있기 때문이다.
제임스 R. 홈즈 미 해군전쟁대학 해양전략 의장은 “국제법상 연안국이 천연 수로를 통과하는 선박에 비용을 청구할 수 있는 근거는 없다”며 “말라카 해협이나 대만 해협을 통과할 때 비용을 내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지적했다.
홈즈 의장은 파나마 운하와 수에즈 운하 같은 인공 수로의 경우 인프라 관리 비용과 서비스 대가로 통행료를 받지만, 호르무즈 해협은 자연 해협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현재 상황에서 이란이 제공할 수 있는 유일한 서비스는 '선박을 공격하지 않는 것'뿐인데, 이는 정당한 서비스 대가로 인정받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 세계 지도자들도 호르무즈 해협이 전쟁 이전의 자유 항행 상태로 돌아가지 못할 가능성에 우려를 표명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인터뷰에서 “국제법을 수호할 것이며 호르무즈 해협에 통행료가 도입되지 않도록 모든 조치를 다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의 엇갈린 입장을 보이고 있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지난달 “이란의 비용 징수 추진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경고했으며, 트럼프 대통령 역시 최근 종전 협상 이후 '무상 운항'을 강조했다. 그러나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5월 미국이 해협에서 비용을 징수하거나 이란과 수익 분배를 고려할 수 있다는 취지로 발언했기 때문에 의문은 계속되고 있다.
전쟁 전까지 호르무즈 해협은 별도의 통행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 구역이었다. 그러나 지난 2월 미·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이후 이란이 상선에 대한 보복 타격을 가하면서 통항 위기가 시작됐다.
이란은 지난 3월 비용 징수 방침을 처음 밝힌 데 이어, 5월에는 안전통행 허가증을 발급·관리하는 '페르시아만 해협청'을 신설하며 제도화를 압박해 왔다. 해운업계는 명칭이 '통행료'든 '수수료'든 상관없이 해협 통과에 비용이 부과되기 시작하면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에 막대한 비용 부담과 혼란이 가중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