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10년 넘게 사실상 제자리걸음이었던 편의점 판매 '안전상비의약품' 품목 확대를 다시 추진한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올 하반기 편의점 안전상비의약품 품목을 법정 한도인 20종 이내에서 확대하는 방안을 본격 논의할 방침이다. 약국이 없는 지역 등을 고려해 판매점 확대 방안도 함께 검토한다.
다만 과거 품목 확대 논의 때마다 강하게 반발했던 약사 단체가 여전히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제도 개선이 실제로 이뤄질지는 불투명하다.
편의점 안전상비의약품은 가벼운 증상에 환자가 스스로 사용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이 대상이다. 약사법은 보건복지부 장관이 성분, 부작용, 함량, 제형, 인지도, 편의성 등을 고려해 20개 품목 이내에서 안전상비의약품을 지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현재 편의점 판매가 허용된 안전상비의약품은 모두 13종이다. 해열진통제 5종, 소화제 4종, 감기약 2종, 파스 2종으로 구성된다. 해열진통제 중 '타이레놀정 160㎎'과 '어린이용 타이레놀정 80㎎'은 생산이 중단돼 실제 구매 가능한 품목은 11종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 2024년 기준 편의점 안전상비의약품 공급액은 555억원이다. '타이레놀정 500㎎'이 218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판콜에이 내복액'이 162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안전상비의약품 지정심의위원회는 2017년부터 이듬해까지 설사 증상을 완화하는 지사제와 위산 작용을 줄이는 제산제를 편의점 안전상비의약품에 추가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당시 대한약사회는 궐기대회까지 열며 반대했고 품목 확대 논의는 중단됐다.
정부가 다시 품목 조정에 나선 것은 현재 지정 품목 가운데 일부가 이미 단종됐기 때문이다. 제도 도입 이후 소비자 이용 경험이 누적되면서 편리성 면에서 효용이 확인됐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의약품정책연구소가 2019년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최근 1년간 편의점 안전상비의약품을 구매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68.9%였다.
대한약사회를 비롯한 약사 사회는 편의점 안전상비의약품 확대에 여전히 반대하고 있다. 의약품은 일반 공산품과 달리 안전성과 유효성 관리가 우선돼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또 품목 확대 전에 판매자 교육 체계 강화 등 제도 운영 실태부터 점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배옥진 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