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교육' 열풍이 비춘 학교 현실…교사 94% “학교, 문제 해결 권한 부족”

〈'참교육' 설문으로 본 교사들의 학교 현실 진단〉 (출처=에듀플러스)
〈'참교육' 설문으로 본 교사들의 학교 현실 진단〉 (출처=에듀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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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현실은 무력하기 짝이 없는데, 드라마에서는 문제를 해결해 준다.”

학생을 지도하면 아동학대 신고가 들어오고, 문제 행동을 해도 학교는 마땅한 제재 수단이 없다. 넷플릭스 드라마 '참교육'은 이런 학교 현장의 갈등과 무력감을 전면에 내세우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 드라마가 교사들 사이에서 공감을 얻는 이유는 통쾌함 때문만은 아니었다. 에듀플러스가 17~19일 전국 초·중·고 교사 227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93.9%는 “학교가 학생 갈등과 생활지도 문제를 해결할 충분한 권한과 시스템을 갖추지 못했다”고 답했다.

설문에 참여한 교사들은 드라마 속 내용 대부분이 학교 현장의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평가했다. 한 중학교 교사는 “교사가 학생에게 잘못된 행동을 지도해도 아동학대라고 하니 제대로 된 교육이 이뤄지지 않고, 학생이라는 이유로 잘못을 해도 제대로 처벌받지 않는 것이 현실”이라면서 “학부모 또한 제도를 역이용해 교사를 어려움에 빠뜨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교사들이 느끼는 가장 큰 괴리로는 '책임과 권한의 불균형'이 반복적으로 언급됐다. 학생 생활지도와 학폭 대응, 학부모 민원 처리 등의 책임은 교사에게 집중되지만 정작 문제 행동 학생에 대한 실질적 제재 수단은 부족하다는 것이다.

한 교사는 “현재 학교는 책임만 커지고 정작 문제를 해결할 권한이 부족하다”며 “학생과 학부모의 권리만 확대되고 있다”고 답했다.

특히 자유 응답에서는 교권 약화와 함께 학교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현실에 대한 무력감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두드러졌다.

한 교사는 “수업 시간에 교사가 입실한 후 자리에 앉으라고 지도해도 소란을 피우는 학생들에게 사실상 별다른 제재를 할 수 없다는 것이 참담하다”며 “학생을 제재할 방법을 알아봤지만, 실질적 대안은 없었다. 정숙한 수업 시작조차 어려운 현실에 회의감이 든다”고 했다.

교사들이 꼽은 또 다른 문제는 '악성 민원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응답자들은 생활지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아동학대 신고와 학부모 민원 부담 때문에 적극적인 교육활동이 어려워졌다고 입을 모았다.

익명을 요청한 한 교사는 “한 명의 악성 민원인만 있어도 교사들은 몸을 사리게 된다”며 “결국 적극적으로 지도하기보다 문제를 피하려는 분위기가 형성된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의 교권 보호 정책은 현장에 가닿지 못하고 있다. 응답한 교사의 77.5%는 '정부의 교권 보호 정책에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서이초 사건 이후 정부의 교권 보호 정책에 대해 '현장에서 전혀 체감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의견이 44.9%로 가장 많았고, '거의 체감하지 못한다'도 32.6%에 달했다. 반면, '매우 체감한다'는 6.2%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교사들이 호소하는 무력감을 교권 약화로만 보기는 어렵다고 진단한다. 학교가 문제를 해결할 권한을 잃었다기보다, 갈등을 처리할 제도와 지원 체계가 현장의 요구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백성혜 한국교원대 교수는 “교사들이 호소하는 무력감은 실재한다”면서도 “학교가 갖추지 못한 것은 교육력이 아니라 학생 갈등을 처리할 행정·법적 장치, 즉 징계, 분리조치, 책임 소재 같은 통제력”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백 교수는 “학교의 문제 해결 능력이 신뢰를 잃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 뿌리는 학교가 교육의 공간이 아니라 행정과 민원 대응의 공간으로 변질된 데 있다”며 “교권 회복과 행정력 강화는 증상에 대한 대응일 뿐, 근본적으로는 교육이 일어날 수 있는 관계적 조건을 어떻게 복원할 것인지가 더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마송은 기자 runni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