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한 공공부문에서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수당 차별, 퇴직금 미지급, 이른바 '쪼개기 계약' 관행이 여전히 만연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노동부가 지방정부 30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기획감독 결과 28개 기관에서 모두 113건의 노동관계법 위반사항이 적발됐다.
고용노동부는 23일 '지방정부 비정규직 노동조건 준수 기획감독' 결과를 발표하고 법 위반 사항에 대해 즉시 시정지시를 내렸다고 밝혔다. 이번 감독은 국무조정실의 공공부문 기간제 노동자 계약실태 조사 결과 등을 토대로 기간제 노동자의 단기 반복계약이 의심되는 기초자치단체 30곳을 선정해 진행됐다.
감독 결과 30개 기관 중 28개 기관에서 총 113건의 노동관계법 위반이 확인됐다. 주요 사례로는 사실상 1년 이상 연속 근무한 기간제 노동자에게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은 사례와 기간제 노동자에 대한 수당·복지포인트 차별 지급, 성희롱 예방교육 미실시 등이 포함됐다.
특히 동일하거나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는 기간제 노동자에게 공무직이 받는 직무수당·가족수당·명절상여금·정근수당 등을 지급하지 않거나, 별다른 사유 없이 복지포인트를 지급하지 않은 사례도 적발됐다. 차별적 처우 규모는 66명, 약 1억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감독 과정에서는 법 위반뿐 아니라 공공부문 비정규직 남용을 의심할 수 있는 고용관행도 광범위하게 확인됐다. 30개 기관 모두에서 단기·반복 계약이 이뤄지고 있었으며, 27개 기관에서는 계약기간이 11개월 이상 1년 미만인 기간제 노동자가 2117명에 달했다. 계약기간을 364일로 설정한 사례도 1833명으로 나타났다.
비정규직 채용 사전심사제 운영도 미흡했다. 7개 기관은 아예 사전심사제를 도입하지 않았고, 3개 기관은 제도를 마련해 놓고도 심사를 거치지 않은 채 기간제 노동자 240명을 채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전심사제는 일시·간헐적 업무나 휴직 대체 등 불가피한 경우에만 비정규직 채용을 허용하기 위해 2018년 도입된 제도다.
노동부는 적발된 법 위반 사항에 대해 시정조치를 요구하고, 불응할 경우 사법처리하는 등 엄정 대응할 방침이다. 쪼개기 계약 등 불합리한 고용관행에 대해서도 현장지도를 반복 실시해 개선 여부를 점검할 계획이다.
정부는 후속 조치도 강화한다. 지난 4월 개설한 '공공부문 불합리한 관행 온라인 상담센터' 제보 내용과 공공부문 비정규직 고용·임금 실태조사 결과를 토대로 올해 하반기 공공기관과 자회사 등을 포함한 공공부문 200개 기관에 대한 정기감독을 실시할 예정이다.
아울러 지난달에는 비정규직 채용 사전심사제 운영방안을 개정해 심사 대상 범위를 확대하고 외부위원 참여를 의무화했다. 정부는 향후 심사제도 운영 실적을 기관평가에도 반영할 계획이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공공부문의 쪼개기 계약은 더 이상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용인될 수 없다”며 “공공부문부터 노동가치가 존중받는 일터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준희 기자 jh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