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약 3750조 원.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가 상장하며 달성한 천문학적인 시가총액에 세상의 관심이 집중됐다. 그러나 원천 기술을 개발하고 생존을 도모해야 하는 딥테크 스타트업 경영자로서 이 성공담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은 조금 다르다. 내가 주목하는 것은 시가총액 그 자체가 아니라, 이를 가능하게 만든 선택과 태도다. 스페이스X의 도전은 우리에게 세 가지 본질적인 질문을 던진다.
첫째, 우리는 실패를 어떻게 대하고 있는가. 스페이스X는 오늘의 성공에 이르기까지 세 차례 연속 로켓 폭발이라는 참담한 실패를 겪었다. 회사는 파산 직전까지 몰렸고, 마지막 발사를 준비할 부품과 직원 몇 달 치 월급만 남았다고 한다. 적지 않은 엔지니어들이 회사를 떠났다. 그러나 남은 이들은 마지막 한 발을 다시 조립해 쏘아 올렸고, 네 번째 시도는 성공했다. 이후 NASA와의 계약이 이어지며 회사는 생존의 문턱을 넘었다.
사람들은 종종 성공한 이들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과연 그랬을까. 그들도 실패가 두려웠을 것이다. 파산이 두려웠고, 조롱이 두려웠고, 자신이 쏟아부은 시간과 인생이 무너질 수 있다는 사실이 두려웠을 것이다. 다만 달랐던 것은 실패의 가능성보다 성공이 가져올 미래의 가치가 더 크다고 믿었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로켓 폭발이라는 처참한 결과 뒤에서도 원인을 분석하고, 데이터를 다시 계산하며 다음 시도로 넘어가는 집요한 학습 과정을 거쳤다. 실패를 숨기거나 미루지 않고 다음 도전의 재료로 바꾼 것이다.
둘째, 우리는 얼마나 큰 문제를 풀고 있는가. 스페이스X는 단순히 로켓을 더 싸게 만드는 데 머물지 않고, 인류의 우주 접근 방식을 바꾸겠다는 거대한 목표에서 출발했다. 높은 수익성은 좋은 회사를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세상과 역사를 바꾸는 힘은 더 큰 비전에서 나온다. 원대한 비전은 매일 마주하는 실패를 견디고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동력이 된다. 목표가 클수록 마주하는 좌절을 견디는 조직의 힘도 커진다. 산업 전체의 병목을 풀겠다는 문제의식이 있다면 개발 과정의 시행착오는 끝이 아니라 과정이 되기 때문이다.
우리 딥테크 스타트업은 좋은 제품을 만드는 데 머물고 있는가. 아니면 우리 공동체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고, 다음 세대의 꿈을 응원하고 있는가. 혹시 적당한 기업가치와 조기 엑시트만을 성공의 기준으로 삼고 있지는 않은가.
셋째, 불확실한 미래 앞에서 조직의 신뢰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 스페이스X가 파산 직전까지 몰렸던 암흑기에 수많은 핵심 엔지니어들이 안정적인 대기업으로 이탈했다. 리더인 일론 머스크가 로켓 전문가가 아닌 데다, 3연속으로 폭발을 목격했으니 '이 여정은 실패할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끝까지 남은 이들은 마지막 한 발을 조립해 쏘아 올렸고 결국 신화를 썼다. 떠난 자와 남은 자의 운명을 가른 것은 기술력이 아니라, '종착지에 대한 확신'이었던 셈이다.
물론 그 확신을 경영자 혼자 만들 수는 없다. 그러나 리더의 역할은 분명하다. 우리가 왜 이 험난한 길을 가는지, 궁극적으로 어디에 도달하려 하는지, 그리고 지금의 험난한 여정이 상상할 수 없는 영광으로 이르는 길이라는 점을 끊임없이 소통하고, 또 실력으로 증명해야 한다. 스타트업과 '불확실함'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운명이지만, 그 불확실함이 '불신'과 동의어가 되도록 두어서는 안 된다.
배터리만으로 거대한 연산이 가능한 초저전력 AI 반도체 원천기술을 통해, 소수의 데이터센터에 갇힌 지능을 세상 모든 곳에 공기처럼 퍼뜨리겠다는 비전으로 창업했다. 물론 이 길도 쉽지 않다. 수많은 실패와 의심, 편견, 불확실성이 있었다. 그러나 이 도전이 인류가 더 높은 수준의 지능을 활용할 수 있는 초지능 문명으로 진화하는 과정에 기여하는 일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스페이스X의 천문학적인 시가총액이 부럽지 않다. 다만 그들이 불가능해 보이던 미래를 현실로 만들었다는 사실, 그리고 그런 도전이 가능했던 환경이 부러울 뿐이다.
박유민 기자 newm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