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12세 미만 아동 첫 안락사…의사 결정 연령 놓고 논란 지속

2026년 6월 9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안락사 권리 주장 시위. 사진=EPA 연합뉴스
2026년 6월 9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안락사 권리 주장 시위. 사진=EPA 연합뉴스

네덜란드에서 지난해 말 12세가 되지 않은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안락사가 처음으로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관련 규정을 확대 적용한 이후 약 2년 만의 사례다.

23일(현지시간) 영국 더타임스에 따르면 소피 헤르만스 네덜란드 보건부 장관은 최근 의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지난해 말 감독기구에 미성년 아동 안락사 사례 1건이 접수됐다고 밝혔다.

당국은 해당 환자의 연령, 성별, 거주 지역, 질환 등 신원과 관련된 세부 사항은 공개하지 않았다.

네덜란드는 과거 신생아와 만 12세 이상 환자에 한해서만 안락사를 인정해 왔다. 대상자는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으며 치료를 통해 회복할 가능성이 사실상 없는 경우여야 했다. 또한 미성년자는 부모나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받아야 했다.

이후 네덜란드 의회는 2024년 관련 제도를 개정해 12세 미만 어린이에게도 안락사를 허용하는 방안을 통과시켰다. 감내하기 어려운 고통이 지속되고 의학적으로 다른 선택지가 없는 경우 삶의 마지막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였다.

반면 어린아이가 생명과 직결된 결정을 충분히 이해하고 판단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란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실제로 제도 적용 기준은 매우 엄격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락사를 시행한 의료진은 이후 감독기관에 다른 현실적 치료법이나 대체 방안이 존재하지 않았음을 입증해야 한다.

네덜란드는 1970년대 초 법원 판결을 통해 안락사를 제한적으로 인정하기 시작했으며 2002년에는 성인을 대상으로 한 안락사를 법적으로 허용했다.

이후 제도 범위는 점차 확대됐다. 만 16~17세 청소년은 부모와의 협의를 거쳐, 만 12~15세는 보호자 동의를 전제로 안락사를 선택할 수 있게 됐다. 현재 네덜란드에서는 전체 사망 사례 가운데 5% 이상이 안락사로 집계되고 있다.

벨기에는 2014년 안락사 제도에서 최소 연령 기준을 폐지했다. 그 뒤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안락사 사례가 6건 이상 보고됐으며, 여기에는 치료가 어려운 뇌종양을 앓던 9세 아동과 근이영양증 환자인 11세 어린이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에서도 조력사(Assisted Dying) 제도 도입을 둘러싼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 다만 현재 검토 중인 법안은 의사결정 능력이 유지된 말기 성인 환자 가운데 기대 여명이 6개월 이하인 경우에만 적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원지 기자 news21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