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관문인 호르무즈 해협에서 화물선 피격 신고가 접수되면서 해상 긴장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이란이 자국이 지정한 항로를 이용하지 않는 선박에 대응하겠다고 경고한 직후 실제 공격 사례가 발생해 국제 해운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영국해사무역기구(UKMTO)는 25일(현지시간)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던 선박이 오만 다히트항 남동쪽 약 7.5해리 해상에서 공격을 받았다는 신고를 접수했다고 밝혔다. 해당 선박은 우현 측을 발사체에 맞아 함교 일부가 파손됐지만, 승조원 인명 피해나 해양 오염은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관계 당국이 정확한 공격 경위를 조사 중이다.
미국 언론은 공격 배후로 이란을 지목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 행정부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가 일방향 자폭 드론을 사용해 선박을 공격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 역시 복수의 미국 당국자를 인용해 이란 측 공격 가능성을 전했다.
해양 보안업체와 해운업계에 따르면 피격 선박은 싱가포르 선적 컨테이너선 '에버러블리(Ever Lovely)'호로 알려졌다. 선박 소유사인 대만 에버그린 마린은 관련 문의에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보도에 따르면 에버러블리호는 이라크에서 화물을 싣고 페르시아만에 머문 뒤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시도했다. 당시 다른 상선 3척도 인근에서 이동 중이었지만, 이란 측은 별도의 사전 경고 없이 공격을 단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건은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통항 통제를 강화하겠다고 밝힌 직후 발생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는 성명을 내고 “이란이 지정한 항로를 이용하는 선박만 안전한 통항이 가능하다”며 이를 따르지 않는 선박에 대응하겠다고 경고했다.
이어 호르무즈 해협 통항 관리를 위해 설립된 페르시아만해협청(PGSA)도 “지정 항로를 벗어난 선박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으며 보험 적용과 배상 책임에서도 제외될 수 있다”고 밝혔다. 미승인 항로 이용으로 발생하는 모든 결과는 선주와 운영사, 선장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선박 피격 여파로 국제해사기구(IMO)도 호르무즈 해협을 오가는 선박과 선원 철수 계획을 일시 중단했다. 앞서 IMO는 선박들의 안전한 이동을 위한 철수 체계를 가동했지만, 아르세니오 도밍게스 사무총장은 “필요한 안전 보장이 계속 유지되는지 확인하기 위해 시행을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원유 해상 물동량의 상당 부분이 지나가는 전략 요충지로, 이 지역 불안이 장기화할 경우 국제 유가와 글로벌 공급망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상목 기자 mrls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