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찰스 3세 영국 국왕이 군주로는 처음으로 개인 소득세 관련 정보를 공개했다.
2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이날 버킹엄궁은 연례 재정 보고를 통해 찰스 국왕이 즉위 이후 누적 기준 3000만 파운드(약 612억원) 이상을 납부했다고 발표했다.
궁은 또한 왕실 재정 구조를 설명하는 추가 자료가 투명성 강화 방침의 일환으로 26일 공개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에 공개된 재정 보고에는 군주의 공식 업무 수행과 궁전 유지 비용을 지원하는 공적 자금인 '소버린 그랜트(Sovereign Grant)' 관련 내용도 포함됐다.
수 세기 동안 영국 왕실이 관리해온 방대한 토지 및 해양 자산 집합체인 크라운 에스테이트(Crown Estate)의 수익은 정부로 귀속되며, 정부는 이를 기반으로 일정 금액을 왕실 운영비로 재배분해 왔다.
2012년 이후 이 제도는 수익 연동 방식의 소버린 그랜트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2025~2026 회계연도 기준 소버린 그랜트 규모는 1억3210만 파운드(약 2692억원)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인 약 6750만 파운드는 궁전 보수 및 관리에 사용된 것으로 전해졌다.
찰스 국왕은 웨일스 왕세자 시절에는 납세 내역을 일부 공개한 바 있지만, 현직 군주가 개인 세금 납부 내역을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근 영국에서는 왕실 재정 투명성 확대 요구가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 꾸준히 제기돼 왔으며, 앤드루 왕자와 제프리 엡스타인 관련 논란 이후 여론 압박이 더욱 커진 상황이다.
찰스는 2022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서거 이후 왕위를 승계했으며 당시 이미 상당한 개인 자산을 보유하고 있었고 이후 추가로 상속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재무부는 2023년 국왕의 과세 방식에 대한 설명 문서를 공개한 바 있다. 법적으로 군주에게 직접적인 과세 의무는 없지만, 찰스 국왕은 자발적으로 세금을 납부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국왕은 소득세, 양도소득세, 상속세 등을 부담하며, 투자 수익과 자산 거래 이익 등 개인 수입에도 과세가 적용된다.
또한 공적 재원과 분리된 사적 재정인 '프라이비 퍼스(Privy Purse)'에도 세금이 부과되며 해당 재원은 주로 랭커스터 공국(Duchy of Lancaster)에서 발생하는 수익으로 조성된다.
영국 군주가 세금을 납부하기 시작한 것은 엘리자베스 2세 때인 1992년부터다.
한편, 여론조사에서는 영국 국민의 과반인 약 55%가 왕실 제도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이는 최근 30년 사이 가장 낮은 수준으로 평가된다.
이원지 기자 news21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