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운자로·위고비 등 GLP-1 계열 비만치료제를 국내보다 저렴한 해외에서 구매해 몰래 들여오려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정부는 오남용과 안전성 문제를 이유로 해외 구매 비만치료제의 국내 반입 단속을 강화하고 있지만, 정작 국내 환자들의 약값 부담을 낮출 대책은 마련되지 않아 불법 반입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관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5월 인천공항세관에서 비만치료제를 휴대 반입하다 적발된 사례는 289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9~12월 적발 건수(86건)보다 3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국제우편을 통한 불법 반입은 더욱 가파르게 늘었다. 올해 1~5월 적발 건수는 2940건으로 월평균 약 600건, 하루 평균 20건꼴에 달했다. 이미 지난해 전체 적발 건수(1107건)의 2.7배를 넘어섰다. 휴대 반입과 국제우편 적발 건수를 합하면 올해 들어 5월까지 적발된 사례는 총 3229건에 이른다.
불법 반입이 급증하는 가장 큰 원인은 국내외 가격 차이다.
대표적인 비만치료제인 마운자로 2.5㎎ 4주분은 국내 최저가 의원에서도 약 29만 원에 판매되지만 일본에서는 약 7만4000원 수준이다. 10㎎ 제품도 국내에서는 약 54만 원인 반면 일본에서는 약 29만4000원으로, 용량에 따라 최대 4배 가까운 가격 차이가 난다.
이 같은 가격 차이는 일본에서 마운자로가 제2형 당뇨병 치료제로 건강보험 약가 체계에 포함돼 정부가 가격을 관리하는 데다 온라인 진료 클리닉 간 가격 경쟁까지 더해진 영향으로 분석된다. 반면 국내에서는 비만치료제가 건강보험 비급여 의약품으로 분류돼 의료기관이 가격을 자율적으로 책정하고 있다. 여기에 국내에서 구하기 어려운 10㎎ 이상 고용량 제품을 찾는 수요까지 겹치면서 해외 원정 구매가 확산하고 있다.
실제 온라인에서는 해외 구매 경험담과 반입 요령이 공공연하게 공유되고 있다. 일본에서 구매한 제품을 뜻하는 '스시자로', 인도산 제품을 의미하는 '인도자로' 등의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기내 수하물은 전수조사하지 않아 괜찮다”, “한 달 치만 사와도 비행기 값을 뽑고 남는다”, “세관 신고를 피하는 방법” 등의 후기와 정보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최근 일본에서 마운자로 두 달 치를 구매했다는 A씨는 “손에 들고 있는 가방은 의심을 받을까 봐 배낭에 넣고 들어왔는데 다행히 적발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세관 단속만으로는 급증하는 해외 반입을 막기 어렵다는 것이 현장의 설명이다. 비만치료제가 적발되더라도 대부분 압수 조치에 그치고 별도의 처벌 규정은 없기 때문이다.
관세청 관계자는 “비만치료제를 대상으로 여행자 휴대품을 전수조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조만간 비만치료제를 '오남용 우려 의약품'으로 지정해 해외 불법 반입과 온라인 유통 관리를 강화할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단속 강화만으로는 불법 반입을 근절하기 어렵다며 국내외 가격 격차를 완화하고 환자의 약값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제도적 보완책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상목 기자 mrls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