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올리면 음료 끊을까 , 빵·과자로 풍선효과
업계 “고용 축소와 영세 소상공인 피해” 우려도

가당음료에 이른바 '설탕세'로 불리는 설탕부담금 도입 논의가 재개되면서 소비자 가격 전가와 저소득층 부담 집중, 보건학적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28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설탕부담금이 도입될 경우 부담금 명칭과 무관하게 제품 가격에 전가돼 소비자가 실질적으로 세금처럼 부담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역진성 문제도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다. 역진성이란 소득이 낮을수록 소득 대비 세 부담 비율이 더 커지는 구조를 말한다. 콜라 한 캔에 붙는 부담금은 소득과 무관하게 동일하지만, 저소득층일수록 그 금액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훨씬 크다.
노정란 명지대 미래융합경영학과 교수 연구에 따르면 연 가처분소득 1320만원 수준의 최저소득층(소득 1분위)은 소득의 0.055%를 설탕부담금으로 내야 하는 반면, 최고소득층(5분위)은 0.007%에 그친다.
같은 음료를 마셔도 저소득층의 소득 대비 부담이 8.4배 더 크다는 분석이다. 건강 불평등 해소를 명분으로 내세운 정책이 오히려 저소득층에게 더 큰 경제적 부담을 지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소비 억제 효과도 불확실하다. 가격탄력성이란 가격이 오를 때 소비가 얼마나 줄어드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최성은(2022) 연구에 따르면 국내 가당음료 가격탄력성은 -0.533으로, 가격이 10% 오를 때 소비는 5.3%밖에 줄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격을 올려도 소비자들이 가당음료를 쉽게 끊지 않는다는 의미다. 업계에서는 이를 근거로 설탕부담금이 건강 개선보다 세수 확보 수단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한다.
해외 사례에서도 효과는 엇갈린다. 일부 국가에서는 가당음료 소비가 줄고 제품의 당 함량이 낮아지는 효과가 보고됐지만, 소비자들이 탄산음료 대신 과자나 빵 등 다른 고당류 식품으로 소비를 옮기는 이른바 '풍선효과'도 동시에 나타났다. 설탕부담금 하나로 국민 건강지표가 개선됐다고 일관되게 확인된 사례는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업계는 자율적 당류 저감 노력이 이미 가시적 성과를 내고 있다고 반론을 편다.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1인당 가당음료 섭취량은 2016년 116.9g에서 2024년 87.0g으로 꾸준히 감소했다. 저당·제로 제품 시장도 업계 자율로 약 3배 확대됐다. 규제 없이도 시장과 소비자 선택이 당류 저감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논란은 26일 국회에서 열린 가당음료 설탕부담금 토론회를 계기로 더욱 가열됐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도입 시 연평균 최대 9322억원의 부담금이 부과될 것이라는 추계 결과가 처음 공개됐으나, 산업계 의견은 토론 패널에서 제외된 채 도입을 전제로 한 논의가 진행됐다. 설탕부담금 도입을 위한 '국민건강증진법 일부개정법률안'은 현재 국회에 2건 발의돼 보건복지위원회 심의를 앞두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고환율·내수침체로 경영 부담이 이미 커진 상황에서 설탕세까지 도입되면 유통·식품 산업 전반의 고용 축소와 영세 소상공인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세금 도입은 결국 먹거리 물가 인상과 소비자 피해로 직결될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물가 안정을 위해 기업에 가격 인상 자제를 요청하는 상황에서 세금까지 더해진다면 영업이익 감소는 물론 기업 활동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윤소진 기자 soj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