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장 풍경이 바뀌고 있다. 쇳소리와 함께 사람 대신 로봇이 움직이고 기계는 더 이상 단순 명령만 수행하지 않는다. 스스로 판단하고 협업하며 때로는 인간이 접근하기 어려운 위험한 작업까지 수행한다. 이른바 '피지컬 인공지능(AI)' 시대다. 가상세계 AI가 실제 물리적 몸체를 얻어 현실에서 작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제 AI는 화면 속에 머물지 않고 현실에서 움직인다.
산업현장에서 로봇 기술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스스로 상황을 인지하고 협업하는 로봇은 생산성과 안전을 동시에 높이는 핵심 요소가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관측한다. 특히 한국은 세계적인 제조 인프라를 갖춘 국가다. 여기에 AI 기술이 결합하면 글로벌 경쟁에서 새로운 주도권을 확보할 가능성이 크다.
기술 혁명은 거창한 선언보다 조용한 변화 속에서 시작된다. 대학 강의실과 실험실에서, 산업현장에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젊은 인재들을 통해 현실이 된다. 기술 중심에는 언제나 사람이 있어야 한다. 로봇과 AI 역시 효율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 인간의 삶을 더 안전하고 가치 있게 만드는 수단이어야 한다.
대학 역할이 더욱 중요한 이유다. 대학은 기술을 가르치는 곳이 아니라 미래 산업을 준비하는 인재를 키우는 곳이기 때문이다. 결국 교육 현장에도 단순한 재정 지원 이상의 변화가 요구된다. 교육 플랫폼 고도화, 첨단 연구 인프라 구축, 장학 혜택 확대 등 눈에 보이는 투자뿐 아니라 교육 방식 자체가 달라져야 한다.
국립창원대는 교육부와 한국산업기술진흥원 주관 '2026년 첨단산업 특성화대학 지원사업' 로봇 분야에 최종 선정됐다. 사업단 이름인 'M.AX-BOT' 역시 시대적 변화에 대한 응답이다. 제조(Manufacturing), AI, 대전환(X)을 결합한 명칭에는 제조 현장에 특화된 지능형 로봇 분야 최고 수준의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핵심은 '실전'이다. 학생들이 직접 로봇을 설계하고 AI를 학습시켜 실제 현장 문제에 적용해 보는 실전형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단순히 코딩을 잘하는 엔지니어가 아니라, 복잡한 제조 공정을 이해하고 그 안에 로봇 기술을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는 문제 해결형 인재를 길러내겠다는 것이다. 이는 기존 공학 교육과 확연히 다른 방향이다.
국립창원대 지능로봇융합공학과의 교육 방식은 이미 이러한 방향을 향하고 있다. 기계·전기·컴퓨터 공학을 넘나드는 융합 커리큘럼을 통해 학생들은 저학년부터 로봇 기구학, 센서 공학, 머신러닝 등을 배우고 고학년에는 산업용 로봇과 자율주행 로봇을 직접 제어한다. 교실과 실험실을 넘어 실제 산업 현장과 연결된 교육이다. 학생들은 교과서 속 기술이 아니라 현실에서 작동하는 기술을 배우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학생들에게도 단순한 기술 습득을 넘어 기술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을 함께 고민할 것을 주문한다. 이러한 교육 철학은 국립창원대가 로봇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춘 대학으로 성장하려는 방향과도 맞닿아 있다. 이러한 기반 위에서 우리나라 로봇 산업의 장래는 매우 밝을 것이라 확신한다.
우리의 도전은 단순히 새로운 학과나 연구 프로젝트의 시작이 아니다. 제조 강국 대한민국의 다음 세대를 준비하는 과정이자 지역 산업과 대학이 함께 미래를 설계하는 모델이다. 로봇은 철과 코드로 만들어지지만 방향을 결정하는 것은 결국 사람이다. 지금 대학에서는 미래를 움직일 인재들이 한창 자라나고 있다.
최진철 국립창원대 M.AX-BOT 융합인재양성사업단장(지능로봇융합공학과 교수) ccchoi@changwon.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