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기금에 20배 보증 마법”…무보, 상생 무역금융 10조 푼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13일 오후 울산 현대라한호텔에서 열린 상생 무역금융 지원 업무협약식에서 참석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장영진 한국무역보험공사 사장, 최성안 삼성중공업 대표, 김희철 한화오션 대표, 이상균 HD현대중공업 대표, 김정관 장관, 이억원 금융위원장, 이호성 하나은행장, 정진완 우리은행장, 정상혁 신한은행장. 산업부 제공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13일 오후 울산 현대라한호텔에서 열린 상생 무역금융 지원 업무협약식에서 참석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장영진 한국무역보험공사 사장, 최성안 삼성중공업 대표, 김희철 한화오션 대표, 이상균 HD현대중공업 대표, 김정관 장관, 이억원 금융위원장, 이호성 하나은행장, 정진완 우리은행장, 정상혁 신한은행장. 산업부 제공

한국무역보험공사(K-SURE)가 중소·중견기업의 공급망 방어를 위해 상생 무역금융 'SMILE(Supply-chain Miracle by Leverage)' 프로그램의 총지원 규모를 연내 최대 10조원까지 대폭 확대한다. 대기업과 시중은행이 종잣돈(기금)을 마련하면, 무보가 최종 보증 책임을 지고 기금의 20배에 달하는 유동성을 시장에 푸는 이른바 '보증 레버리지' 방식이 자금난에 빠진 기업들을 구출하는 데 탁월한 효과를 입증했기 때문이다.

무보의 SMILE 프로그램은 국가 재정 투입 없이 민간 자본과 공공의 신용이 결합한 모델이다. 가령 대기업과 은행이 협력사 지원을 위해 5000억원 기금을 출연해 1차적인 위험을 분담하면, 무보가 국가 신용도를 바탕으로 부실 위험(최종 보증 책임)을 떠안고 20배인 10조원 규모 대출 보증을 서는 구조다.

이를 통해 중소·중견 협력사들은 깐깐한 은행 문턱을 넘어 낮은 금리로 신속하게 자금을 수혈받고, 보증료 할인 혜택까지 누릴 수 있다. 현대차·기아의 출연을 시작으로 도입된 이후 그 실효성을 인정받아 현재 조선, 철강, 소비재 등 수출 산업 전반으로 빠르게 영역을 넓힌 상태다.

무보는 산업 현장에서 검증된 레버리지 효과와 산업계의 높은 호응을 발판 삼아, 현재 2조4000억원 수준인 지원 여력을 과감하게 끌어올리기로 했다. 보증 레버리지로 확보된 10조원을 바탕으로 지원 대상을 반도체, 방산 등 국가 핵심 전략산업으로 넓혀 거대한 수출 생태계를 보호한다는 구상이다.

이 같은 보증 레버리지의 위력은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는 해외 초대형 프로젝트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직접 대출 방식과 달리 투입 예산의 20~30배를 유연하게 지원할 수 있어 방산 수주전의 '게임 체인저'가 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말 폴란드 2차 방산 수출 과정에서 빚어진 금융 지원 공백을 메운 주역이기도 했다. 당시 총지원액 52억달러 중 39억달러를 책임지며 잭팟 수주를 성사시켰다. 지난 4월에는 루마니아 재무부를 상대로 9억유로 규모 금융 한도를 선제 제공, 방산물자 도입 확대 시 금융 지원을 더 키울 수 있도록 수출 발판을 닦았다.

글로벌 무역 장벽 강화에 대응한 해외 현지법인 밀착 지원 역시 대폭 강화됐다. 미국발 관세 정책 등으로 현지 운전자금 수요가 급증하자, 무보는 중소·중견기업 해외 법인 총지원 한도를 기존 3억달러에서 8억달러로 상향하는 선제적 제도 개편을 단행했다. 또 그동안 외국계 은행이 주도하던 해외 여신 시장에 국내 시중은행이 진출할 수 있도록 전용 상품을 출시, 우리 기업 현지법인의 자금난 해소와 국내 금융기관 확장성을 동시에 이끄는 일석이조 성과를 거두고 있다.

장영진 무보 사장
장영진 무보 사장

이러한 노력은 경영 성과로도 고스란히 입증됐다. 무보는 재정경제부가 발표한 '2025년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에서 2년 연속 A등급을 획득했다. 불확실한 통상 환경 속에서 수출 지원 본연의 역할을 다하면서도, 안전 관리 등 공공기관의 사회적 책임까지 충실히 이행한 점을 높이 평가받았다. 장영진 사장 또한 올해 처음 도입된 '기관장 경영계약 이행실적 평가'에서 가장 높은 '우수' 등급을 획득하며 명실상부한 수출지원기관 수장으로서 리더십을 증명했다.

장 사장은 “글로벌 복합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선제적이고 유연한 무역금융 지원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며 “기존의 틀을 깨는 혁신적인 금융 모델 발굴로 대·중소기업이 함께 성장하는 탄탄한 수출 생태계 조성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안영국 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