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모든 원자력발전소에는 한전원자력연료가 만든 연료가 들어간다. 원자로 안에서 핵분열을 일으켜 전기를 만드는 '원전의 심장'이다. 대전 유성구 한전원자력연료 본사에서는 손톱만 한 우라늄 소결체(펠릿)가 길이 4m짜리 연료봉으로, 다시 무게 650㎏의 집합체로 완성되는 과정이 쉼 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국방부 지정 국가중요시설이자 국가 안보시설인 만큼 출입 절차는 엄격하다. 보안 게이트를 지나자 '국가 전력의 심장'을 만드는 생산라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첫 공정은 우라늄 분말을 압축해 만드는 소결체(펠릿) 제조다.
직경 0.8㎝, 높이 1㎝. 손가락 끝보다 작은 검은색 원통 하나의 무게는 5.2g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 작은 펠릿 하나가 생산하는 전력은 약 1800kWh. 일반 4인 가구가 약 6개월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이다.
정창진 한전원자력연료 사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이를 AI 반도체와 비교했다. 정 사장은 “HBM 반도체도 수백개 공정을 거쳐 초고순도 제품을 만든다”라면서 “원자력연료도 마찬가지로 작은 펠릿 약 2000만개가 원전 한기 안에서 수년 동안 단 한번의 문제 없이 작동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펠릿은 곧바로 길이 약 4m의 지르코늄 피복관으로 들어갔다. 작업자는 바코드가 새겨진 빈 피복관 한쪽 끝을 용접했다. 모든 연료봉에는 고유번호가 부여된다. 혹시라도 문제가 생기면 제조 이력과 공정을 즉시 추적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어지는 건조공정에서 작업자들은 방진복과 장갑,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방사선 때문은 아니었다. 오히려 외부 먼지가 연료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현장 관계자는 “이곳 방사선 수준은 자연방사선 수준”이라며 “품질 확보를 위한 청정공정이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건조를 마친 펠릿은 연료봉 제조라인에서 직경 9.5㎜, 두께 0.57㎜의 피복관 안에 357개가 순서대로 들어간다. 한 번에 23개의 연료봉을 동시에 생산한다. 이후 헬륨가스를 주입한 뒤 양 끝을 용접해 밀봉한다. 헬륨은 열 전달을 돕고 연료봉 내부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완성된 연료봉은 세 차례 전수검사를 받는다. 두 번의 비파괴검사로 내부 이상 여부를 확인하고, 마지막에는 작업자가 직접 외관을 눈으로 확인한다. 검사를 통과한 연료봉은 마지막 조립공정으로 향한다. 연료봉 수백 개가 하나의 연료집합체로 완성되는 순간이다.
길이 4.5m, 무게 650㎏. 이 집합체 한 다발이 생산하는 전력은 약 1억6000만㎾h. 우리나라 약 5만 가구가 1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이다.

한전원자력연료는 현재 국내 원전에 들어가는 연료를 전량 공급하고 있다. 이제 목표는 국내를 넘어 해외다. 현재 해외 매출 비중은 약 30%에 달한다. 회사는 체코 신규 원전과 아랍에미리트(UAE) 후속 사업 등을 발판으로 이를 40%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차세대 시장도 준비 중이다. 사고저항성연료(ATF)는 새울2호기에서 연소시험을 진행하고 있으며, 소형모듈원전(SMR) 연료도 자체 설계와 공급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특히 생산라인에는 AI를 적용한 스마트팩토리를 구축해 '피지컬 AI' 시대에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정 사장은 “우리는 국가 에너지 정책을 뒷받침하는 동시에 해외 시장을 확대해 글로벌 원자력연료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이준희 기자 jh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