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측해 영화 빅쇼트의 실제 모델로 알려진 마이클 버리가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의 버블 붕괴를 경고하며 대규모 공매도에 나섰다.
1일(현지시간)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버리는 자신의 서브스택을 통해 엔비디아를 비롯해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테슬라, 아이셰어즈 반도체 ETF(SOXX), 캐터필러 등에 대한 새로운 숏(공매도) 포지션을 구축했다고 밝혔다.
이번 공매도는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가 올해 상반기 101%, 2분기에만 88% 급등하며 사상 최고 분기 수익률을 기록한 직후 공개됐다.
버리는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대규모 설비 투자 계획을 언급하며 “오늘날 주가 상승의 직접적인 원인은 한국에서 발표된 대규모 지출”이라면서도 “이를 '종말의 시작'으로 본다. 버블 붕괴는 시간문제”라고 주장했다.
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광주 등에 800조원 규모의 신규 반도체 공장 4기를 건설하겠다고 발표한 것을 겨냥한 것이다.
또 현재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가 200일 이동평균선보다 약 65% 높은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며, 이는 2000년 닷컴 버블 당시와 비슷한 위험 신호라고 지적했다.
버리는 AI 인프라 수혜주로 꼽히는 캐터필러도 처음으로 공매도 대상에 포함했다. 그는 “캐터필러는 과거 매수로 좋은 수익을 안겨준 종목이지만 이번에는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며 “주가매출비율(PSR)이 최근 30여 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까지 치솟았다”고 설명했다.
버리의 경고와 AI 컴퓨팅 용량 과잉 우려가 겹치면서 뉴욕 증시에서는 기술주를 중심으로 매도세가 나타났다. 마이크론은 10.57%, 샌디스크는 10.62% 급락했고 AMD(-6.89%), 인텔(-9.03%)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 엔비디아 역시 1.25% 내렸다.
다만 버리의 공매도 전략이 항상 적중한 것은 아니다. 그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정확히 예측했지만 테슬라 공매도와 2023년 미국 증시를 겨냥한 대규모 풋옵션 베팅은 시장 반등으로 기대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상목 기자 mrls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