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네수엘라를 강타한 연쇄 지진으로 도시 곳곳의 건물이 붕괴된 지 8일 만에 한 남성이 극적으로 구조됐다. 위에서 쏟아진 건물 잔해가 도리어 단단한 '보호막' 역할을 해주면서, 남성은 크게 다친 곳 없이 구조돼 화제를 모으고 있다.
2일(현지시간) BBC 등 외신에 따르면 베네수엘라 구조 당국은 항구도시 라과이라의 갈레리아스 플라야 그란데 쇼핑센터 지하 잔해 속에 갇혀 있던 에르난 힐을 발견 100시간 만에 무사히 구출했다고 밝혔다.
힐은 지난달 28일 잔해 속에서 희미한 구조 요청을 보내다 극적으로 발견됐다. 그러나 그의 위로 140톤에 달하는 콘크리트 더미가 덮여 있어 본 구출 작업에만 나흘이 넘는 시간이 소요됐다. 불안정한 구조물과 폭우, 계속되는 여진 우려 속에서 다국적 구조대가 사투를 벌인 끝에 마침내 생존자를 품에 안은 것이다.
구조에 참여한 칠레 소방대원은 이번 작전을 “지금껏 경험한 것 중 가장 복잡하고 기술적으로 어려웠던 구조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경비원으로 근무하던 힐은 지난 24일 지진 발생 당시 쇼핑몰 인근 주차장 지하의 작은 콘크리트 초소에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낙하한 140톤의 잔해가 초소 위를 그대로 덮쳤으나, 도리어 이 초소가 붕괴 압력을 버텨내는 방패가 되면서 화를 면할 수 있었다.
코스타리카 적십자사 소속 구급대원에 따르면, 힐은 구조되기 직전 구조대를 향해 “손톱 하나 부러지지 않았다”며 농담을 건넸을 정도로 건강 상태가 완벽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를 최초로 발견한 구급대원은 “잔해 속에서 희미하게 흘러나오는 소리를 들었을 때 처음에는 내 귀를 의심해 동료에게 확인을 요청했을 정도로 감격스러운 순간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발견 직후 베네수엘라를 비롯해 칠레, 코스타리카, 엘살바도르, 멕시코, 포르투갈, 미국 등 다국적 구조대가 투입되어 즉각 구출 작업에 돌입했다. 구조 과정에서 진입로가 여러 차례 무너지는 등 위험천만한 상황이 이어졌으나, 구조대는 소형 카메라를 투입해 힐과 시각적 접촉을 유지하며 산소마스크와 보안경, 분진 차단용 마스크 등을 차례로 전달했다.
멕시코 적십자사 관계자는 힐을 “매우 유쾌한 사람”으로 기억하며, 그가 갇혀 있는 동안 특정 맛의 이온 음료를 요구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힐은 구조대원들에게 “다시 와줘서 고맙다”며 도리어 대원들을 격려했고, 구조되는 순간까지 가족 이야기와 구조 상황에 대한 대화를 나누며 끈질기게 버텨냈다.
한편, 지난 6월 24일 베네수엘라를 덮친 두 차례의 강진으로 현재까지 약 2300명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으며 수만 명이 여전히 실종 상태다. 일반적으로 생존자 수색의 골든타임은 72시간 안팎으로 여겨지지만, 전 세계 구조대가 투입된 현장에서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은 덕에 이처럼 기적 같은 구조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