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 차이나] 中 로봇 칩 기업에 자본 몰린다… “휴머노이드보다 플랫폼이 더 중요해진다”

생성형 AI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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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로봇 산업에서 투자 자금 흐름이 변화하고 있다. 완성형 로봇 제조업체를 넘어 로봇용 AI 칩과 개발 플랫폼 기업으로 대규모 자금이 집중되면서, 산업 경쟁의 무게중심이 하드웨어 시연에서 핵심 인프라 구축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IT 전문매체 36Kr는 최근 선전 소재 로봇 칩 기업 디과로봇(地瓜机器人)이 1억5000만달러 규모 B2 투자 유치를 완료했다고 보도했다.

디과로봇은 불과 20여일 전에도 1억2000만달러 규모 B1 투자 유치에 성공한 바 있다. 이번 투자까지 포함하면 공개된 누적 투자금은 3억7000만달러를 넘어선다. 업계에서는 단순한 대형 투자 사례를 넘어 중국 로봇 산업 내 자본의 관심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로 평가하고 있다.

디과로봇은 2024년 1월 중국 AI 칩 기업 호라이즌 로보틱스(Horizon Robotics)의 AIoT(인공지능·사물인터넷) 사업 부문에서 분사해 설립됐다. 현재 로봇용 AI 칩과 컴퓨팅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으며, 중국 내 물리 AI 기업 다수를 고객으로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도에 따르면 이 회사의 연간 칩 출하량은 수백만개 규모에 이르며, 400개가 넘는 로봇 기업 고객과 10만명 이상 개발자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소비자용 로봇부터 산업용 로봇, 휴머노이드에 이르기까지 100종이 넘는 로봇 형태를 지원하는 컴퓨팅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으며, 연말에는 최신 공정을 적용한 신형 칩 3종을 출시할 계획이다.

업계가 주목하는 것은 투자 규모보다 자금이 향하는 방향이다. 최근까지 로봇 산업 투자 열풍은 휴머노이드와 서비스 로봇 등 완성형 제품에 집중되는 경향이 강했다. 그러나 산업이 성장할수록 범용 플랫폼과 핵심 부품 기업의 가치가 더욱 높아질 수 있다는 판단이 확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로봇 산업의 장기 경쟁력이 단순히 특정 로봇 제품의 성공 여부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기업이 활용할 수 있는 공통 플랫폼을 구축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분석한다. 로봇 제조사는 시장 변화에 따라 부침을 겪을 수 있지만, 칩과 플랫폼 기업은 여러 제조사를 동시에 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어 안정적인 성장 기반을 구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 자본시장도 이러한 구조 변화를 빠르게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로봇 산업이 본격적으로 확대되기 위해서는 범용 컴퓨팅 플랫폼과 소프트웨어 개발 환경, 알고리즘 생태계가 필수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관련 기업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고 있다.

개발자 생태계 구축은 핵심 경쟁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디과로봇은 500개 이상 대학과 협력하며 개발자 기반 확대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칩 성능 자체도 중요하지만, 해당 플랫폼 위에서 얼마나 많은 개발자와 기업이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고 활용할 수 있는지가 장기적인 경쟁력을 결정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스마트폰 산업에서 운용체계와 개발자 생태계가 플랫폼 경쟁력을 결정했던 것과 유사한 흐름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로봇 산업 역시 하드웨어 경쟁을 넘어 소프트웨어 도구와 개발 환경, 데이터 처리 체계, 시뮬레이션 플랫폼 등을 포함한 종합 생태계 경쟁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에도 시사점은 적지 않다. 국내에서는 휴머노이드와 서비스 로봇 시연이 주목받는 경우가 많지만, 산업이 성숙할수록 범용 칩과 운용 플랫폼, 개발 도구, 공급망 핵심 부품 중요성이 더욱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로봇 산업의 진짜 경쟁력은 완제품 자체보다 그 제품을 가능하게 하는 기반 기술에 있다”며 “칩과 플랫폼, 개발자 생태계를 확보한 기업이 장기적으로 더 큰 영향력을 가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번 투자 유치는 단순한 자금 조달을 넘어 중국 로봇 산업이 어디에서 병목을 느끼고 있으며, 어떤 영역을 미래 성장의 핵심으로 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로봇 산업의 다음 경쟁은 완성품 전시장이 아니라 칩과 플랫폼, 생태계 구축 현장에서 펼쳐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전자신문과 36케이알이 공동 기획한 기사입니다.

김현민 기자 min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