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축구대표팀 공격수 폴라린 발로건(AS모나코)이 국제축구연맹(FIFA)의 징계 집행 유예 결정으로 벨기에와의 2026 북중미 월드컵 16강전에 출전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직접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징계 재검토를 요청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정치적 외압과 개최국 특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는 5일(현지시간) 사안에 정통한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일 인판티노 회장과 통화하며 발로건의 출전 정지 처분을 다시 검토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발로건은 지난 2일 열린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와의 월드컵 32강전에서 상대 수비수 타리크 무하레모비치의 발목을 밟아 레드카드를 받고 퇴장당했다. FIFA 규정에 따르면 즉시 퇴장당한 선수는 다음 경기 자동 출전 정지 징계를 받게 돼 발로건은 벨기에와의 16강전에 나설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FIFA는 징계 규정 제27조를 적용해 발로건에게 내려진 1경기 출전 정지 처분의 집행을 1년간 유예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발로건은 벨기에전에 정상 출전할 수 있게 됐다. 다만 앞으로 1년 동안 비슷한 수준의 반칙을 저지를 경우 유예된 징계가 즉시 집행된다.
발로건은 이번 대회에서 미국의 핵심 공격수로 활약하고 있다. 3골을 터뜨리며 팀 내 최다 득점을 기록 중이며,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전에서도 선제골을 넣어 미국의 2대0 승리를 이끌었다. 미국은 2002년 한일 월드컵 이후 24년 만의 8강 진출에 도전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FIFA의 결정이 발표된 직후 자신이 운영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FIFA가 올바른 결정을 내렸고 큰 부당함을 바로잡았다”고 적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앞서 미국 정부도 발로건 구제에 힘을 실었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발로건의 퇴장 조치가 과도했다며 FIFA에 징계 철회를 촉구한 바 있다.
반면 벨기에는 강하게 반발했다. 벨기에축구협회는 “충격적인 결정”이라며 “모든 참가국의 정당한 권리와 페어플레이 원칙을 지키기 위해 가능한 모든 대응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루디 가르시아 벨기에 대표팀 감독도 “FIFA 사무실에서는 7월 5일이 유럽의 4월 1일인 줄 알았던 것 같다”고 비꼬며 이번 결정을 사실상 '만우절 농담'에 빗대 비판했다.
FIFA는 이번 결정이 징계 규정에 근거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징계 규정 제27조는 징계기구가 출전 정지 처분의 전부 또는 일부를 유예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FIFA 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재검토를 요청한 직후 징계가 완화됐다는 점에서 정치적 영향력 행사와 개최국 특혜 논란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특히 월드컵의 공정성과 FIFA의 독립성을 훼손했다는 비판도 이어지고 있어 이번 결정의 후폭풍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이상목 기자 mrls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