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맥주 재벌가 100년 전통 '불효자 방지법' 소송전…“증여 취소하겠다”

태국 싱하 맥주. 사진=인스타그램(singhabeer) 캡처
태국 싱하 맥주. 사진=인스타그램(singhabeer) 캡처

태국의 가장 부유한 가문 중 하나인 싱하 맥주 창업주의 일가에서 자녀가 부모에게 은혜를 저버렸을 때 증여한 재산을 돌려받을 수 있도록 한 100년 전통의 법적 제도, 이른바 '불효자 방지법'을 둘러싼 치열한 법정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최근 텔레그래프 등 외신에 따르면 싱하 맥주 제국을 이끄는 억만장자 가문의 4세대 일원인 시라눗 사이 스콧은 현재 친어머니인 치라눗 비롬박디로부터 '불효자 방지법'에 따른 소송을 당한 상태이다.

환경운동가로 활동 중인 태국 싱하 맥주 4세대 상속인 시라눗 사이 스콧. 사진=인스타그램(psiscott)캡처
환경운동가로 활동 중인 태국 싱하 맥주 4세대 상속인 시라눗 사이 스콧. 사진=인스타그램(psiscott)캡처

이번 갈등은 지난 5월 스콧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자신의 친형으로부터 성적 학대를 당했다고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형은 이 혐의를 부인했으며, 현재까지 이와 관련해 기소된 바는 없다.

어머니 비롬박디 측은 스콧이 가문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주장하며 과거 외할아버지가 스콧에게 물려준 수백만달러 가치의 토지를 다시 회수하겠다고 밝혔다.

소송의 근거는 이른바 '불효자 방지법'으로 불리는 태국 민상법 규정으로, 부모에게 심각한 모욕을 주거나 신체적 학대, 노년기 부양 거부, 가문의 명예 실추 등을 저지른 자녀를 대상으로 부모가 증여를 취소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이에 대해 스콧은 해당 법이 가족 관계에 대한 시대착오적인 관점을 반영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인터뷰를 통해 이 법이 가문의 명예에 가해지는 손해를 침묵시키려는 시도에 불과하며, 자녀의 복지를 중시하는 자유주의 사회에는 어울리지 않는 제도라고 주장했다.

반면 인류학 전문가들은 이 법이 부모의 희생에 존중과 순종, 물질적 부양으로 보답할 것을 기대하는 태국 사회의 핵심 가치를 담고 있다고 분석한다. 실제로 현지 법률 전문가들에 따르면, 태국에서 이 '불효자 증여취소' 규정은 주로 자산이 많은 상류층 가문에서 자녀가 부모를 돌보지 않을 때 재산을 회수하기 위한 수단으로 자주 활용된다.

비롬박디 가문은 포브스 추산 자산 가치가 17억 5천만 달러(약 2조 6800억원)에 달하는 태국 내 15위 거부이다. 앞서 두 차례 진행된 법원의 조정 절차가 모두 실패함에 따라, 스콧과 그의 어머니는 다가오는 7월 8일 법정에 출석해 본격적인 재판을 이어갈 예정이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