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우의 무지(無智) 무득(無得)]절세가인(絶世佳人)

이강우 동국대 컴퓨터AI학부 교수
이강우 동국대 컴퓨터AI학부 교수

유세차. 2026년 5월 하순을 거쳐 지난 6월에 있었던 선거철에 후보자 홍보를 위해 확성기와 전광판을 장착한 유세차량들이 도로마다 휘젓고 다녔다. 그 결과, 물가, 환율, 고용 문제로 허덕이는 국민의 삶은 외면하고 자신의 안위와 패거리 이익에만 집착하며 이전투구하는 정치꾼들이 이 사회를 어지럽게 만들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각종 언론 매체가 쏟아내는 탐진치(貪瞋癡)의 어리석음으로 추접한 군상(群像)들의 모습과는 달리, 모든 서민들의 마음 안에는 연꽃과 같은 분들이 살고 있다. 진흙 속에서 피어나지만 그 더러움에 물들지 않고 청정함을 유지하는 연꽃과도 같이, 집착과 탐욕으로 가득찬 사바세계(娑婆世界)에서도 아름답게 사는 분들 말이다.

절세가인(絶世佳人)이라는 말이 있다. 보통은 '세상에 둘도 없이 예쁜 여자'라는 외모에 대한 찬사로 쓰이지만, 글자 본연의 의미는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가장 높은 경지의 도덕적·미학적 성취를 뜻한다. 아름다울 가(佳)는 하늘과 땅의 이치(土+土)를 품고 스스로의 법도(圭)를 세워, 고결한 성품을 은은한 옥빛처럼 피워내는 사람(人)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즉, 절세가인을 직역하면 '사바세계(世)의 경지를 아득히 초월하여(絶), 내면의 고결함과 외면의 격조가 완벽히 조화를 이룬 사람(佳人)'이라는 뜻이 된다.

전주(全州)에 근본을 둔 이씨 성을 가진 기업인(사장님)과 사모님이신 밀양(密陽)에 근본을 둔 박씨라는 부인이 계셨다. 이분들은 1930년대 중후반에 태어나셔서 한 분은 고아로, 다른 한 분은 서모(庶母) 슬하에서 지극히 불우하게 삶을 시작하셨으며, 사장님께서는 20대 부인에게 어린 4남매를 맡긴 채 수 년간 베트남 전쟁에 전기기술자로 파견갔던 시절에 배운 기술을 토대로, 귀국 후 가내 수공업을 시작하셨다. 긴 세월 동안 가혹하기조차 했던 우여곡절과 부침을 겪으면서도 끝내 1990년대 후반에 이르러서는 국내 최고의 기술로 규모 있는 중소기업을 일구시는데 이른다. 이분들의 오랜 지인들을 통해 들어 본 바로는 이분들이야말로 가히 절세가인이라 불리우실 만하다.

이분들의 '절세(絶世)'로움은, 첫째로, 기업의 흥망성쇠를 거듭하시면서도 허영, 탐욕 등 속세의 번잡한 감정이나 가치관에 휘둘리지 않고, 자식(子息)들에게는 엄격함을 견지하면서도, 당신들보다 부족한 형편에 처해 있는 친지들과 공장 근로자, 납품업자, 심지어 동네 식당과 구멍가게 주인들에게까지 물질적.정신적 베품을 한시도 잊지 않으셨다. 당신들만의 높은 정신적·실천적 경지를 견지함으로써 세상이 우러러보는 현실적인 이유다.

둘째로, 무학(無學)에 가까우면서도 간단없는 배움과 노력과 더불어 당신들에게 엄격한 도덕적 기준과 절제를 적용하며 내·외면을 닦아온 세월의 많은 일화들이 회자(膾炙)된다. 야간 공고에 다니던 학생들을 집으로 데려다가 기술을 가르치셨다는데, 그 중 두 명은 63세에 이른 지금까지도 그 기업에 재직 중이다.

끝으로, 옥규(玉圭)를 지닌 두 분께서 뿜어내는 기운은 자극적이거나 화려하게 남을 현혹하지 않는 바, 항상 보는 이의 마음을 정화하고 숙연하게 만드는 맑고 은은한 매력을 지닌다. 두 분은 서울 강북지역의 허름한 아파트에 사시면서도, 거주하시던 구(區) 내에서 가장 많은 소득세를 내시고 국가로부터는 모범이 되는 기업가이자 납세자로 수차례 수상(受賞)을 하시더니, 말년에는 치매로 인한 와병 중에도 훈장을 서훈(敍勳)받으시기도 했다. 이 부부께서는 필연코 극락에서 천수천안(千手千眼) 관세음보살(觀世音菩薩)과 대원본존(大願本尊) 지장보살(地藏菩薩)이 되어 계시리라.

이분들의 모습을 통해서 배운 삶을 맑고 향기롭게 이루어가는 정신적·실천적 모범을 가슴 깊은 곳에 새김(銘)으로써, 이리 저리 넘나들면서 나를 어지럽히는 세속적인 생각과 마음을 항복(降伏)시키기 위해서 나는 지금 금강경(金剛經)을 다시 펼친다. 생멸(生滅)을 반복하는 파도(波濤)와 같은 삶에서 벗어나서, 깊고 넓은 바다와 같이 변하지 않는 참된 본성을 지향하며 삶의 아름다움의 수준을 상향(上向)시키고자 한다. 상향시키리라. 상향!

이강우 동국대 컴퓨터AI학부 교수 klee@dongguk.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