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스라엘 군인이 안대로 눈이 가려진 채 철봉에 묶여 있는 팔레스타인 수감자의 사진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개해 파문이 일고 있다. 국제 인권단체들은 해당 사진이 이스라엘 당국의 팔레스타인 수감자 고문 의혹을 뒷받침하는 명백한 증거이며, 그 자체로 전쟁범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8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최근 한 이스라엘 군인이 개인 SNS 계정에 가자의 한 남성이 속옷 차림으로 안대를 쓴 채 철봉에 엎드린 자세로 결박되어 있는 사진을 올려 논란이 됐다. 해당 게시물에는 히브리어로 “좋은 아침”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으며, 현재는 삭제된 상태다. 이 사진은 팔레스타인 활동가의 공유를 통해 대중에게 널리 알려졌다.
이스라엘 인권단체 '인권을 위한 의사회 이스라엘'(PHRI)의 오네그 벤 드로르는 “수감자를 학대하고 이를 모욕적인 사진으로 공개하는 행위는 모두 전쟁범죄에 해당할 수 있다”며, “이번 사진은 그동안 수천 명의 팔레스타인 구금자들의 증언과 우리 단체가 거의 3년 동안 보고해 온 내용을 그대로 확인시켜 준다. 이스라엘의 구금 시설은 수감자들을 위한 고문 수용소나 다름없다”고 규탄했다.
이스라엘 군(IDF) 측은 해당 사진의 진위 여부를 확인했다. 군 대변인은 “이번 사건은 이스라엘군의 가치와 규정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현재 관련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인권단체들의 비판은 계속되고 있다. 이스라엘 반고문공공위원회(PCATI)의 사리 바시 집행위원장은 “수감자를 속옷 차림으로 구금하는 것에는 어떠한 보안상의 정당성도 없다”면서 “강제로 이를 촬영하고 SNS에 공유하는 행위는 일종의 성폭력이자 전쟁범죄”라고 지적했다.
또한 이번 사진 유포로 가자지구 내 실종자 가족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이스라엘군에 체포된 이후 생사를 알 수 없는 구금자들의 가족들은 저마다 사진 속 인물이 자신의 아들이라며 고통을 호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자지구 주민 라나 아부 나세르는 사진 속 인물의 발 부종과 다리의 흉터 등을 근거로 지난 3월 체포된 아들 오사마가 확실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다른 주민 주데 알굴 역시 “눈물이 터져 나왔다. 머리카락과 턱을 보니 내 아들이 틀림없다”며 2023년 11월 연행된 이후 실종된 아민이라고 확신했다.
이스라엘 군은 해당 수감자의 신원이 확인되었는지, 의료 지원을 받았는지, 가자지구에 있는 가족에게 통보되었는지 여부에 대해 답변을 거부했다.
인권단체 하모케드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전쟁 초기 7개월 동안 가자지구 구금자들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 제공을 거부하며 사실상 '강제 실종' 정책을 폈다. 2024년 5월부터 문의용 이메일 계정을 개설하는 등 일부 조치를 취했으나, 목격자가 엄연히 존재하는 수백 명의 실종자에 대해서는 여전히 구금 사실을 부인하는 등 제한적인 정보만 공개하고 있어 가족들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