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선 상상 못 할 일…“지하철에 에어컨이 없다” 런던 객실은 40도?

휴대용 선풍기로 더위를 식히고 있는 지하철 승객. 사진=AFP 연합뉴스
휴대용 선풍기로 더위를 식히고 있는 지하철 승객. 사진=AFP 연합뉴스

기록적인 폭염이 유럽을 강타한 가운데 영국 런던 지하철 고심도 노선 객실 내부 온도가 한때 40도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좁은 터널 구조와 노후 차량 탓에 냉방 설비 확대가 쉽지 않아 여름철 런던을 찾는 여행객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7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환경단체 그린피스 의뢰로 열화상 조사 업체 TI 서멀 이미징이 지난달 런던 지하철 피카딜리선을 촬영한 결과 객실 바닥 온도는 최고 40도에 달했다.

런던 지하철은 원통형 터널과 차량 형태 때문에 '튜브(Tube)'라는 별칭으로 불린다. 하루 최대 500만 명이 이용하는 세계적인 대중교통망이지만, 전체 14개 주요 노선 가운데 냉방 열차가 운행되는 곳은 서클선, 디스트릭트선, 해머스미스앤드시티선, 메트로폴리탄선, 엘리자베스선, 런던 오버그라운드 등 6개 노선뿐이다. 냉방 설비를 갖춘 열차도 약 190대에 그친다.

냉방 확대가 더딘 이유는 구조적인 한계 때문이다. 1890~1900년대 건설된 고심도 노선은 터널 직경이 좁아 차량에 냉방 장치를 설치할 공간이 부족하다. 여기에 출퇴근 시간마다 수백 대의 열차가 좁은 터널을 오가며 공기를 밀어내는 이른바 '피스톤 효과'까지 더해져 뜨거운 공기가 터널 내부를 순환하면서 승강장과 객실 온도를 더욱 끌어올린다.

현재 고심도 노선 가운데 피카딜리선은 올해 말부터 신형 냉방 열차를 순차적으로 도입할 예정이다. 당초 지난해 말 투입될 예정이었지만 시험 과정에서 결함이 확인되면서 일정이 약 1년 연기됐다.

반면 노던선과 주빌리선은 아직 차량 교체 계획이 없고, 빅토리아선 역시 현재 차량을 수십 년 더 운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1972년 이후 새 차량이 도입되지 않은 베이컬루선과 1992년 마지막으로 교체된 센트럴선, 워털루 앤드 시티선도 냉방 열차 도입 계획은 있지만 예산 확보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런던교통공사(TfL)는 “교통시설을 포함한 런던 전역이 극심한 더위에 시달리고 있다”며 “고객과 직원, 교통망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폭염에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승객들에게는 충분한 수분을 섭취하고, 가능하면 혼잡한 시간대를 피해 이동할 것을 권고했다.

이번 폭염은 런던만의 문제가 아니다. 최근 독일 브란덴부르크주의 기온은 41.7도까지 치솟았고, 체코와 폴란드도 각각 41.1도와 40.5도를 기록하는 등 유럽 전역이 기록적인 폭염을 겪고 있다.

벨기에에서는 폭염 여파로 열차 고장이 잇따르면서 독일 쾰른에서 프랑스 파리로 향하던 유로스타 열차가 운행을 멈춰 승객 400여 명이 불편을 겪었다. 영국 타워브리지는 방문객과 직원의 안전을 위해 임시 휴관에 들어갔으며, 빅토리아 앤드 앨버트 박물관과 대영박물관도 일부 전시실을 폐쇄하거나 운영을 조정했다.

한편 서울 지하철은 여름철 객실 온도를 일반칸 24도, 약냉방칸 26도를 기준으로 냉방을 운영하고 있다. 다만 출퇴근 시간처럼 승객이 집중되는 시간에는 객실 온도가 일시적으로 높아질 수 있어 서울교통공사는 약냉방칸을 이용하거나 객실 중앙부로 이동하는 것을 권장하고 있다.

이상목 기자 mrlsm@etnews.com